영화 시작 전 극장에서 틀어대는 광고를 참다 못한 미국의 한 관객이 마침내 소송을 냈다.
시카고에 사는 고교 영어교사인 미리엄 피치는 최근 미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인 로이스 시네플렉스 엔터테인먼트그룹을 상대로 “극장측이 영화가 시작되는 진짜 시간을 안내하지 않음으로써 영화 시작 전에 상영하는 광고까지 보게 만든다”며 이에 따른 시간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이 소송은 집단소송으로 번질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고 일간지 USA투데이가 2일 보도했다.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집단소송에 참여한 관객들은 1인당 75달러의 보상금을 받는다.
피치씨측 변호사는 “영화시간표에 실제 영화 시작 시간이 아닌 상업광고가 나가는 시간을 기준으로 표시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송과 함께 만들어진 ‘극장 광고 거부’ 인터넷 홈페이지(www.nomovieads.com)에는 이미 700명 이상이 집단소송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돈 내고 들어간 극장에서까지 광고를 본다면 차라리 TV를 보는 게 낫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영화 상영 전 광고를 없애거나 최소한 상영시간표에 ‘진짜 상영시간’을 밝히라는 것. 소비자 운동의 기수인 랠프 네이더,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애버트 등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네이더씨는 “시간은 현대인에게 가장 귀중한 재산이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극장이 아닌 관객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아져 가는 관객 불만에도 아랑곳없이 극장 광고의 비중은 커지는 추세다. 전국에 6217개의 상영관을 갖고 있는 로이스 그룹측은 얼마 전부터 27개 도시의 극장에서 영화 시작 전에 무려 20분짜리 광고패키지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연간 2억5000만달러(약 3120억원) 규모의 극장 광고 시장이 지난해 20%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30%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있다.
클리프 마크스 로이스그룹 마케팅담당 사장은 “우리는 결코 관객에게 광고를 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며 “광고가 나가는 시간에 관객들은 팝콘을 사러가거나 잡담을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존 피시언 미 극장주협회장도 “극장에서 광고를 없앤다면 티켓 가격을 7달러에서 12달러로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영화 상영시간표에 광고 및 예고편 시작 시간과 함께 실제 영화 상영 시간도 함께 게재하고 있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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