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7일 ‘반(反)독점정책으로서 기업분할·계열분리의 쟁점’이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시장경쟁 회복을 위한 정부정책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정부가 강제로 시장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기업분할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계는 독점으로 시장이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왜곡되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고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도 많다며 부정적인 시각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KDI, “한국경제 독점 심하다”〓KDI 보고서는 한국 광공업에서 1개 기업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이른바 ‘독점 시장’은 2000년 현재 전체 3414개 품목 가운데 38%인 1297개라고 분석했다. 이는 1998년 42.2%, 99년 42.5%보다는 다소 낮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독점이 심한 상태라는 것.
특히 KDI는 그동안 경쟁이 아닌 정부정책이나 제도에 의해 독점기업이 된 사업체들이 계속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분할제도가 도입되면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결합이나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의 합병 같은 기업결합심사도 훨씬 까다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월등히 우수한 품질이나 낮은 가격 등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로 독점력을 가진 기업은 기업분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분할 절차는 복잡〓KDI는 지배적인 대주주가 없는 독점기업의 분할은 비교적 쉽다고 분석했다. 독점기업을 여러 개의 작은 기업으로 분할한 뒤 주주들에게 분할된 기업들의 주식을 나눠주면 된다는 것.
하지만 대주주가 있는 독점기업의 경우 독점의 잘못은 기업자체에 있고 주주의 잘못은 아니므로 분할 후 주가가 급락하면 분할을 명령한 정부나 법원이 보상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영재 KDI 연구위원은 “상법상 대주주에게는 독점의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정부는 주식처분과정에서 지배 대주주가 손해보지 않는 방안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회의적〓재계는 기업분할제도의 도입이 과연 어느 정도나 성공할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개입하여 기업분할제도와 같은 시장구조 교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경제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면서도 “독점기업으로 분류된 대기업들이 구체적인 상품시장에서 얼마나 시장경쟁을 제한하여 현저히 경제효율을 하락시키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적 상황에서는 정부가 마음에 안 드는 기업을 손보기 위해 이 제도를 악용할 소지도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재계는 만약 정부가 기업분할제도를 도입하더라도 분할요건이나 절차를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摘示)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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