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치적 목적에 의한 특별세무조사를 없애겠다”고 밝힌 이용섭(李庸燮) 신임 국세청장의 약속이 지켜진다면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 확보와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무조사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계좌나 현금 금융거래 명세 등 개인 금융정보를 국세청이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자칫하면 납세자의 사생활 침해와 함께 국세청의 권력기관화를 가속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무조사의 투명성 강화〓국세청은 매년 또는 반기, 분기별로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을 발표할 방침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세무조사 기준을 미리 알려 납세자가 불안해하거나 ‘재수없이 걸렸다’는 인식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국세청 내부 사무처리 규정인 △조사기간 △조사장소 △조사대상 과세기간 등 구체적 조사절차를 시행령 수준으로 법제화해 외부 청탁이나 압력에 따른 시비(是非) 소지를 없애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 과정에서 납세자가 장부 등 관련 자료를 고의로 제출하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납세자가 의무적으로 협력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개인금융정보 확보 강화〓국세청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음성탈루 소득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기 위해 조사 대상자가 갖고 있는 각종 금융계좌를 은행연합회나 금융결제원 전산망을 통해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는 세무당국이 조사과정에서 특정 금융기관 점포에 개별적으로 요구해야만 금융거래 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계좌추적 작업이 늦어져 음성탈루 소득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현금 이전을 통한 변칙 증여와 상속을 막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금융거래를 국세청에 자동 통보하는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이 시스템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거래를 이용한 지능적인 신종 탈세 수법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골프나 술 접대는 안 돼〓기업 경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향락적 접대비와 기업 자금의 개인적 지출에 대해서는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경비로 인정받지 못하면 총 수입 금액에서 공제되는 비용이 줄어들어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국세청이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접대비와 개인지출 비용은 △유흥업소 술값 △골프, 요트, 승마장, 헬스클럽 사용료 △기업주나 임원의 고급승용차나 각종 회원권 구입 비용 등이다. 다만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접대비나 개인지출 비용 항목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전문가 의견〓전문가들은 대체로 공평 과세를 위해 투명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나 개인 금융정보 파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세무조사 대상 선정 시스템 개발이나 계좌 조회 요건 등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다.
조세연구원 현진권(玄鎭權) 연구위원은 “국세청이 모든 금융정보를 가지면 남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정보는 다 주되 그 정보를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감시하는 체계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경제학과 안종범(安鍾範) 교수도 “미국처럼 매출액이나 영업장 면적,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세무조사 대상이 자동적으로 선정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분기나 반기별로 조사대상 선정 기준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세행정 혁신방안 주요 내용 | |||
항목 | 현행 | 개정 | 향후 절차 및 내용 |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 | 자의적 | 선정기준 공표 | -매년 또는 분기, 반기별로 국세청이 기준을 마련해 발표 |
세무조사 절차 | 임의적 | 조사기간, 장소, 조사대상 과세기간 등 구체적 조사 절차를 시행령 수준으로 법제화 | -관련 세법에 시행령을 만들거나 별도 절차법 제정 |
특별조사 | 장부 임의예치 등 조사편의주의 | -검찰고발에 따라 이뤄지는 조세범칙조사 활성화 -단 자료상, 사채업자 등 증거인멸 소지가 많은 경우 법이 정하는 수준에서 임의예치 허용 | -세정혁신추진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특별조사’ 명칭 자체를 폐지(정당한 기준과 절차에 의한 조세범칙조사 활성화) |
납세자 협력의무 제도화 | -자료제출, 진술확보, 문서 열람 등을 순전히 납세자의 자발적 협조에 의존 -자료 미제출에 대한 벌금이 10만원에 불과 | -자료제출 요구, 납세자 소환, 발언내용 녹취 등 원활한 조사수행에 필요한 협력의무 강제 이행 | -세금을 낮춰달라는 심사 청구 때 납세자가 제출을 거부한 자료는 인정하지 않음 |
금융거래정보 조회 | 특정점포에 개별적으로 요구 | -금융결제원 등을 통해 일괄 조회 -일정 금액 이상의 고액 현금 금융거래를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토록 제도적 장치 마련 | -금융실명제 관련 법률 개정 -계좌조회 요건과 승인절차 규정 |
분식결산 | 별다른 제재 없음 | 경정청구 및 환급 제한 | -관련 세법 개정 |
향락적 접대비 및 기업자금의 개인적 지출 | 한도내에서 비용 인정 | 점차적으로 비용 불인정 | 〃 |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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