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불안 여파…단기 부동화 심화

  • 입력 2003년 4월 9일 15시 58분


장단기 금리격차가 축소되고 SK글로벌사태 등으로 자금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시중 자금이 단기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장기투자 자금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금융시스템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금융기관 단기자금(만기 6개월미만, 증권사 고객예탁금 포함)은 모두 387조원으로 전월의 380조원에 비해 7조원,작년 말의 378조원에 비해 9조원 증가했다.

고객예탁금을 제외한 금융기관 단기수신액(월 평잔기준)은 작년말 370조원에서 2월말 372조원, 3월말 376조원으로 늘었다.

고객예탁금은 작년 말 8조1000억원에서 2월말 8조원, 3월말 11조원으로 각각 증가했다.

시중 단기자금은 은행의 실세요구불예금과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MMDA), 투신사의 단기채권투자신탁과 단기금융상품펀드(MMF), 종금사 수신, 증권사 고객예탁금을 합한 것.

지난달 시중 단기자금이 증가한 것은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MMDA 수신이 급증했고,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계는 미-이라크전쟁 장기화 불안감은 어느 정도 가셨으나 북 핵 문제와 카드채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데다 국내외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있어 자금의 단기화는 가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민호 한은 통화운영팀 차장은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4.5%이고 1개월만기 MMF는 4.1%여서 장단기 금리가 거의 차이가 없다"며 "불확실성도 높은 상황이어서 시중자금이 단기금융상품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시중자금의 단기화로 인해 미스매치(자금수급불일치)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기관들이 장기대출을 기피하게 된다"며 "기업의 장기투자가 위축되면 성장잠재력도 줄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한은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대규모 자금이 급격히 움직이면서 금융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시중자금 단기화의 원인인 장단기금리격차 축소와 시장불확실성이 조기에 해소되긴 어려운 만큼 당분간 자금 단기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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