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패션 브랜드〓샤넬은 1983년 칼 라거펠드를 영입해 전통적이고 답답한 느낌의 여성복 이미지를 벗고 젊고 생동감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구치의 탐 포드, 크리스찬 디올의 존 갈리아노, 루이뷔통의 마크 제이콥스,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 등은 이들 패션 브랜드들이 영입한 젊은 디자이너.
크리스찬 디올의 수석디자이너 존 갈리아노는 거리를 걷는 젊은 여성에서 얻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있다. 크리스찬 디올이 40대 중년을 위한 브랜드에서 20대 브랜드로 탈바꿈한 데는 그의 공로가 크다는 게 패션업계의 분석.
이 같은 변화는 시장 환경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져 소수를 위한 고가 상품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또 일본을 비롯해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화려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패션정보전문업체 퍼스트뷰코리아 이정민 이사는 “수입 패션브랜드의 변신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20∼30대를 겨냥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치품으로 분류되는 ‘명품’ 이미지보다 유행에 민감한 일반 패션 상품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이지형 과장은 “수입 패션 브랜드는 에르메스 등 고전적인 유럽 스타일을 강조하는 브랜드와 대중 시장을 겨냥해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반영한 브랜드로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라〓아시아 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패션그룹은 프랑스계 LVMH. 영어 프랑스어 외에도 일본어 홈페이지까지 만들 정도로 일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LVMH의 주력 브랜드 루이뷔통은 마크 제이콥스라는 젊은 미국 디자이너를 영입한 데 이어 올해 일본 출신 무라카미 다카시를 영입했다. 세계 럭셔리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무라카미씨는 뤼이뷔통의 올 봄여름 컬렉션에서 일본의 벚꽃 문양과 일본 애니메이션 포케몬 디자인을 응용한 ‘모노그램’ 핸드백을 내놨다. 이 핸드백은 예약 신청을 한 일본인이 1만명에 이를 정도로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위스계 리치몬드 그룹의 보석 및 시계 브랜드 카르티에는 올해 중국풍 보석 라인을 새로 선보였다. 용의 키스라는 뜻의 ‘르 데제주 드라공’ 보석 라인의 메인 색상은 먹, 종이 등을 상징하는 검은색, 흰색과 중국인이 좋아하는 빨간색. 또 한자 ‘龍’을 응용한 문양을 반지, 목걸이 등에 새겨 넣고 아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옥 반지까지 내놨다.
카르티에는 2월 ‘르 데제주 드라공’ 한국 런칭쇼에서 화려한 중국 전통 용춤을 선보이고 중국풍 ‘홍등(紅燈)’을 내걸었다.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매년 이탈리아에서 열던 프라다 신상품 컬렉션을 올해 처음 홍콩에서 열 정도로 동양에 관심을 갖고 있다.
프라다는 올 봄여름 신상품으로 차이니즈 칼라의 여성 셔츠, 꽃 문양 프린트가 들어간 실크 소재의 ‘기모노 백’, 꽃 장식이 있고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진 나막신 분위기의 여성 샌들 등을 내놨다.
프라다의 자매 브랜드인 ‘미우미우’도 동양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하와이 등 폴리네시안의 꽃 문양 프린트 제품을 디자인에 응용한 것.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치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손잡이와 장신구를 대나무로 처리해 동양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핸드백 라인을 새로 내놨다. ‘오리엔탈리즘’ 경향은 지난해 밀라노 컬렉션에서 감지됐다. 발렌티노는 품이 풍성한 ‘가라테 팬츠’를 내놨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중국, 인도 의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옷섶을 겹쳐 여미는 셔츠와 중국의 인민복, 인도 남성의 치마 등을 응용한 남성복을 선보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아시아의 안정적인 이미지를 패션에 반영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움말〓퍼스트뷰코리아, 신세계백화점)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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