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여심(女心)을 잡기 위해 최고급 브랜드를 겨냥한 국산화장품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수입 브랜드에 밀리던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고급화, 차별화 전략으로 여성들의 눈길을 다시 끌어 모으고 있는 것.
▽최고급 한방재료로 동양적 아름다움을〓LG생활건강은 한방원료인 ‘공진단’을 사용한 화장품 ‘더 후(The 后)’를 내놨다.
왕비를 뜻하는 한자 후(后)는 고대 왕실에서 이용된 궁중비방 비서에서 나온 이름. 늙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궁중 여인네들이 사용한 보약처방을 화장품에 도입 했다.
‘공진단’에는 당귀와 녹용, 산수유, 사향초, 오가피, 천문동 등 6가지 재료가 함유돼 있다. 모두 보습과 항염, 향균효과가 뛰어난 원료들이다.
고급화를 시도한 또다른 브랜드 오휘(OHUI)는 한국 여성들의 피부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 4계절의 변화에 따른 여성들의 피부상태 등을 연구, 과학적 기초통계를 바탕으로 만든 ‘과학 화장품’이다.
미백효과에 강한 오휘의 제품들에는 ‘속수자’라는 한방식물에서 추출해낸 원료를 넣었다. 속수자 식물 1t에서 1㎏만 추출된다는 이 고가의 미백 파우더는 LG천연물 연구소에서 개발한 새로운 미백 원료.
태평양의 ‘설화수(雪花秀)’ 역시 한방 성분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6년근 인삼에 옥죽, 작약 등 한방생약 성분들을 18시간 이상 달여 만든 ‘자음단’을 사용한다. 동의보감에 기초해 경희대와 공동 개발한 이 성분은 한방특허를 받기도 했다.
▽가격과 마케팅도 최고 수준으로〓이들 화장품은 가격대로 따져봐도 ‘명품’에 뒤지지 않는다. 오휘 파워트리트먼트 리스트럭처링 크림의 경우 60mL가 25만원에 이른다. ‘더 후’의 공진향 기앤진 크림도 15만원으로 웬만한 해외 유명 브랜드의 가격과 맞먹는 수준.
왕관 문양의 뚜껑과 호박보석을 연상시키는 용기, 붉은 색 한방 낙관 등 용기 디자인에도 고급스러움을 담았다.
마케팅 전략도 다르다. 더 후는 ‘전통적이고 고풍스러운 한방문화’ 이미지를 알린다는 뜻에서 1월 런칭행사를 서울 삼청동 삼청각에서 열었다. 설화수도 작년 말 한국화 전시회와 함께 제품 전시회를 열어 한국적 이미지를 살리는 데 신경을 썼다.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꾸준히 키워가고 있는 헤라는 ‘헤라엔느’라는 홍보단을 통해 커뮤니티 클럽을 만들거나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로열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방문판매 ‘헤라’ 돌풍… 해외브랜드와 당당히 겨뤄” ▼
“해외 브랜드 지향이 강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토종 업계가 살아남는 길은 고유한 브랜드를 키우는 일입니다.”
태평양 김진호 과장(34·브랜드 프로듀서·사진)은 최근 화장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헤라’의 어머니다.
헤라는 20,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피부효과가 우수한 스킨케어와 다양한 색상의 메이크업 제품 등 총 250여개의 제품군을 갖춘 토털 코스메틱 브랜드.
“화장품은 초기 시장이 중요합니다. 소수의 ‘얼리어답터(초기 수용자)’에게 입소문을 내는 전략이 필요하지요. 이 때문에 방문판매를 통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 과장의 지적대로 헤라 제품의 85%는 방문판매로 팔리고 있다. 가가호호(家家戶戶)를 방문하면서 고객에게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알린다는 것.
헤라의 연매출 신장세는 인상적이다. 1995년 10월 첫 선을 보인 헤라는 2001년 2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에 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마다 25% 이상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 국내 화장품 시장 총매출액이 1조원임을 감안하면 4분의 1이 헤라 제품인 셈이다.
10대 백화점(화장품 매출기준 상위 10개 백화점)에서도 헤라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99년 5위에 머물던 매출 순위가 작년 9월에는 2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헤라가 이처럼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된 것은 백화점 고객을 단골로 끌어들이는 ‘로열티 프로그램’의 영향도 크다. 로열티 프로그램이란 항공사 마일리지처럼 구매금액의 일정부분을 포인트로 적립해 고객에 되돌려 주는 제도. 구매를 많이 할수록 제품에 대한 로열티가 생기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김 과장은 “헤라는 해외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우수한 품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2∼3년 후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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