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장에 있는 기업이나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요즘 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단순한 ‘엄살’이 아닌 셈이다.
▽소비자 평가지수는 조사 후 최저치=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전과 조사시점 현재의 경기, 생활형편 등을 비교하는 소비자 평가지수는 전달인 2월보다 9.6포인트 떨어진 63.9로 나타났다.
소비자 평가지수가 100보다 아래면 현재 경기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고 100을 넘으면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 평가지수를 이루는 두 항목인 경기와 생활형편 가운데 경기지수는 50.2까지 급락했다. 6개월 전보다 생활수준이 어떻게 변했느냐고 묻는 생활형편 지수도 77.7로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훨씬 많았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 자산가치가 어떻게 변했느냐를 묻는 자산평가 항목에서는 △주택 및 상가 101.5 △토지 및 임야 99.0 △금융저축 90.7 △주식 및 채권 67.4였다. 이는 최근 주가와 금리가 낮아 이 분야의 자산운용이 상당히 불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기대지수도 2년2개월만에 최저치=현재와 비교해 6개월 이후의 경제수준에 대한 전망인 소비자 기대지수는 90.4로 전달인 2월에 비해 5.7포인트 더 낮아졌다. 이는 2001년 1월 89.7 이후 26개월만에 최저치로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째 100 미만을 이어갔다.
기대지수를 이루는 항목 가운데 경기지수는 78.9로 전달보다 10.2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밖에 △생활형편 96.0 △소비지출 98.7 △내구소비재 구매 89.3 △외식·오락·문화지출 87.1로 전 항목이 100 미만으로 조사됐다.
이를 소득계층별로 보면 전 계층이 100 아래였다. 특히 월 평균 소득 300만원 이상 계층은 97.3인 반면 100만원 미만 계층은 85.6으로 생활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앞으로의 경제를 더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계층별로 보면 40대(88.1) 50대(88.8) 60대 이상(88.5)이 모두 90보다 낮았고 30대는 92.9였다. 20대는 101.2로 유일하게 가까운 시일 내에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의 김기승(金基承) 연구위원은 “소비자 기대지수가 좋지 않게 나왔다는 것은 앞으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더 줄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당분간 내수경기가 더욱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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