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회사정리냐 외자유치냐…

  • 입력 2003년 4월 9일 17시 52분


국내 최대 소주 생산업체인 진로는 어떻게 될까.

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계열사인 세나인베스트먼츠를 통해 진로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외자유치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노렸던 진로의 운명이 불투명해졌다. 법원 결정에 따라 회사가 정리되거나 경영권이 바뀌는 등 파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현재 진로의 장래를 점쳐볼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 회사 정리와 외자 유치를 통한 회사 정상화다.

회사 정리는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곧바로 실현된다. 법원에서 선임한 법정관리인이 파견돼 채무 조정과 지분 감자(減資) 등을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회사 자체가 청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세나인베스트먼츠조차 진로의 기업가치를 채무 총액(1조8000여억원)보다 많은 2조원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청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진로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골드만삭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법정관리를 통해 현 경영진을 몰아내고 대주주 지분을 감자시킨 뒤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세나인베스트먼츠측은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회사 정상화 시나리오는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 진로는 이런 상황이 되면 외자 1조600억원을 유치해 단기간에 채무를 갚는다는 조건으로 채권단에 원금과 이자 상환 유예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때도 현행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자 유치 조건이 진로 본사와 일본 현지법인인 진로재팬, 일본지역 판매권을 가진 별도법인인 제이엠엘(마산공장 포함) 등 계열사 지분 일부를 넘겨주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

이렇게 되면 지배주주인 장진호(張震浩) 회장의 지분이 줄어들어 외국 출자사들이 연합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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