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최근 ‘에코 디자인’ 설명회에 당초 예상보다 3배가량 많은 300여개 업체의 관계자들이 몰리자 업체들의 높은 관심에 깜짝 놀랐다.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도 지난달 ‘자동차 산업의 외국 환경규제 동향’ 세미나를 열면서 자료집을 준비했으나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몰려 자료집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자동차의 배출 가스 기준 강화, 공산품 재질에서 중금속 불검출, 재활용 비율 높이기 등 각종 기준을 차츰 강화하고 있다. 환경은 이미 ‘기술적 무역장벽(TBT)’의 하나가 되고 있다. 환경 기준을 통한 이 같은 무역 장벽 쌓기에 대해서는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도 논의되고 있으나 상당 기간 선진 각국이 독자적인 기준을 제시해 따르도록 하는 양상이 계속될 전망이다.따라서 환경기준은 ‘통제받지 않는 무역장벽’으로도 불린다.
DDA 환경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강상인(姜相仁) 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가격과 품질’이 제품 경쟁력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환경성’이 제품과 기업의 존망(存亡)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규제의 선봉 EU=EU는 유럽에서 수입 판매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기준 가운데 황 함유량은 현재 ㎏당 휘발유 자동차 150mg, 디젤 자동차 350mg에서 2005년 1월부터는 휘발유와 디젤 자동차 모두 ㎏당 10mg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휘발유 자동차는 15분의 1, 디젤은 무려 35분의 1로 기준이 강화된다.
EU 집행위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기준도 현재 ㎞당 186g에서 2005년까지 120g 수준으로 줄이도록 자동차 업계와 자율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올 7월부터 시행하는 EU 자동차 폐차처리 지침은 ‘신규 판매 자동차는 수은 납 6가크롬 등 중금속이 자동차의 어느 부품에서도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완성차 업체들은 특히 부품 업체들이 납품하는 부품에도 이 같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공산품 재료에서 중금속 등이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제한은 EU의 ‘폐가전 처리지침’을 통해 이미 가전제품에도 도입됐다. 전기 전자 가전제품은 전자기파 발생 줄이기,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 금지 등의 제한이 가해지고 섬유 신발 등에는 300여가지의 발암성 섬유연료 사용이 금지돼 있다.
TV, VCR, 휴대전화 충전기, 오디오 등은 전기 사용량도 규제한다. 전기사용이 많으면 전기 생산을 위한 석유 등 에너지 소모도 많아 반(反) 환경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환경 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코 컨설팅의 이한경 연구원은 “EU 등 선진국에서는 제품을 폐기처리할 때까지의 ‘제품의 일생(Life Cycle)’이 환경에 미치는 각종 영향을 평가해 제품을 설계하는 ‘에코 디자인’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기준 강화하는 미국=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를 제외하면 EU에 비해 환경 기준이 엄격하지 않은 편이다. 미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도쿄 의정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도 차츰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내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납품업체들에 대해 ‘ISO 14000’등 환경인증을 받을 것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 관계자는 “북미 자동차 부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업체에는 환경인증 문제가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전자제품의 환경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 분야의 환경 규제는 크게 △오존층 파괴 물질인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 규제(대기) △구리 납 은 크롬 등의 중금속이 작업장에서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규제(수질) △유해 폐기물 발생(생산 및 수입) 업체의 폐기물 처리 기록 보존 및 보고 의무(폐기물) 등이다.
또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가전제품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 대한 미국의 환경규제는 △에너지 효율 향상 △오존층 파괴 물질 사용 규제 △전자파 규제 △환경 라벨 부착 등이다.
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 한애란(韓愛蘭) 연구관은 “표준을 장악하는 업체와 국가가 시장을 지배한다”며 “미래 표준의 중요 요소가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환경기술(ET)은 정보기술(IT) 생명기술(BT) 못지않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주요 품목 환경 규제 | ||
산업 | 품목 | 환경기준 |
운송기기 | 전반 | 폐차처리 관련 재활용 비율 등 의무화 |
승용차 | 배기가스 감축, 연비 라벨링, 보행자 친화형 차 개발 | |
디젤버스 | 배기가스 감축 | |
모터 사이클 | 배기가스 감축 및 소음기준 강화 | |
기계류 | 전반 | CE마크(유럽품질인증 마크) |
건설 중장비 | 배기가스 감축 및 소음기준 강화 | |
55개 옥외장비 | 소음기준 강화 | |
섬유 신발 | 전반 | 300개 발암성 섬유연료 사용금지, ‘에코라벨’ |
의류 및 원단과 실, 담요, 마스크, 가발, 헤어밴드,위생타월 등 | 아조 염료 사용금지 | |
신발 섬유제품 T셔츠 | 에코라벨 | |
전기 전자 | 전자기파 발사하거나 전자기파 영향을 받는 가전제품과 조명기구, PC, 통신기기 등 60개 품목 | 전자기파 |
TV VCR 수신디코더 충전기 오디오 | 에너지 소비량 | |
세탁기 냉장고 램프 | 에너지라벨, CE마크 | |
냉장고 | 오존층파괴물질 사용금지 | |
대형 가전용 기기, 정보기술장비, 통신기기, TV, 전기음향기기, 조명기기, 완구, 전기공구 등 | 폐가전처리지침 | |
배터리 축전지 | 수은함유량 제한 | |
건전지 | 니켈 카드뮴 등 유해물질 사용 금지 | |
화학제품 | 토양 개선제,실내용 페인트와 니스 | 에코라벨 |
살충제, 화학물질 | 사용 보관 제조공정 규제, 에코라벨링 | |
PCB 및 PCB 함유장비 | 폐처리 공정 제한 | |
플라스틱 | PVC 및 함유제품 | PVC에 특정 첨가제 사용 규제 |
자료:외교통상부 |
미국의 주요 품목별 환경 규제 | ||
품목 | 규제 내용 | |
자동차 | 전기자동차 | 캘리포니아주, ‘연간 3만5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업체는 판매 대수의 10%를 전기자동차로 판매해야 한다’는 규제 도입 예정 |
부품업체 | ISO 14000 등 환경인증 의무화 확산 | |
배출가스 기준 강화 | 탄화수소 질산화수소 등의 단계별 기준 강화 | |
변압기, 컴퓨터 | 에너지 효율 기준 | |
모터, 발전기 | 이산화탄소 규제 | |
가정용 기기, 에어컨, 냉장고 | 오존층 파괴물질 규제, 에너지 효율기준, 환경라벨, 전자파 규제 | |
TV | 유해물질 규제, 환경 라벨, 에너지 효율기준 | |
자료:KOTRA |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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