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자로 발표된 국세청 국장급 인사의 특징은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우선 행시 13회와 16회 이하 국장들의 희비(喜悲) 교차는 행시 14회인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의 ‘조직 장악’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행시 선배여서 다소 껄끄러운 13회 출신 국장을 대부분 내보내고 후배인 16, 17회 국장들을 대거 승진시켜 ‘일하기 편한’ 체제를 구축했다.
당초 이 청장은 취임 직후 “행시 13회 출신 국장 4명의 의사를 존중해 인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구도가 달라졌다. 이주석(李柱碩) 조사국장을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시켰을 뿐 나머지 3명은 사실상 모두 퇴진시켰다.
이재광(李在光) 법인납세국장이 한국금융연구원 파견으로 옷을 벗는 것은 모면했지만 ‘퇴진을 전제로 한 인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물러난 김용표(金容杓) 법무심사국장이나 정진택(鄭鎭澤) 개인납세국장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반면 행시 16, 17회 출신 국장이 대거 승진하거나 영전했다. 행시 16회인 이주성(李周成) 전 기획관리관과 전형수(田逈秀) 전 감사관이 각각 1급 자리인 차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했다. 이들과 동기인 이진학(李鎭鶴) 대구청장도 본청 기획관리관으로 옮겼다. 17회에서도 정태언(鄭泰彦) 서울청 세원관리국장이 국제조세관리관으로 ‘본청 입성(入城)’에 성공했다.
재경부와 국세청의 1급 ‘인사 교류’가 이뤄진 것도 이 청장의 ‘입지 강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청장은 행시 동기로 재경부에서 자신의 다음 자리를 많이 물려받은 최경수(崔庚洙) 재경부 세제실장을 중부청장으로 데려왔다. 대신 최근 임명된 전형수 중부청장이 바로 재경부 국세심판원장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또 하나의 국세청장, 서울청장과 함께 국세청 3대 요직인 조사국장에 대구 출신인 최명해(崔明海) 국제조세관리관이 임명된 것.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이 자리는 김대중(金大中) 정부 5년 동안 봉태열(奉泰烈) 전 서울청장, 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 이주석 현 서울청장 등 호남출신만 맡았다.
이 청장이 신임 조사국장에 최 국장을 임명한 것을 두고 국세청 내에서는 최 국장의 능력과 실무형 세무조사를 중시하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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