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과 쌍벽을 이루는 헝가리 출신의 투자 대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실적보다는 금리가 더 결정적이라고 본다.
정보기술(IT) 거품 붕괴를 기막히게 예언한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투자심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리 자금수급 투자심리 등의 면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면 좋은 실적을 낸 기업의 주가가 실적이 변변찮은 기업의 주가보다 더 오르거나 덜 떨어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지난해 11월 공정공시제도가 도입돼 정보 차별이 줄어들면서 한국 증시에서 실적과 주가 사이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다.
▽어닝 시즌을 종목선별 계기로〓올 1·4분기(1∼3월) 어닝 시즌(Earnings Season)이 한국과 미국에서 10일 동시에 개막됐다. 한국에서는 10일 LG건설을 필두로 포스코(11일), LG전자(17일), 삼성전자(18일), 삼성전기(22일) 등이 차례로 분기 실적을 공시한다. 야후가 10일 새벽 스타트를 끊은 미국 증시에선 GE(11일), 인텔(15일), 모토로라(16일) 등이 다음주 초까지 실적을 발표한다.
올해 첫 분기 실적은 시원찮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미국을 보면, 이라크전쟁 직전 유가 상승의 수혜를 본 정유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9·11테러 후유증을 앓았던 2001년 하반기보다도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도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슷하거나 더 나쁘게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증시 전체의 방향성과 관련해 의미 있는 시그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2차 종목장세에 대비해 투자 유망 종목을 고르는 계기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스몰캡팀장은 “이라크전쟁 종결과 더불어 전쟁 유가 등의 재료를 중심으로 한 1차 종목장세도 끝나가고 있다”면서 “이번 실적 발표는 펀더멘털을 주제로 전개될 2차 종목장세의 주연을 뽑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망종목 선별 기준〓첫째, 실적 발표를 빨리 하는 기업들로 선별 범위를 좁힌다. 한국 기업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실적 발표일을 미리 알리지 않는다. 실적이 좋으면 나보란 듯이 서둘러 발표하고 신통치 않으면 뜸을 들인다.
둘째, 실적이 좋으냐 나쁘냐는 단순한 증가율보다는 애널리스트들이 수시로 조정하는 예상치보다 높으냐 낮으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예상된 실적 향상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셋째, 1·4분기 실적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보다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대부분 기업이 4·4분기에 손비(損費)를 떨어버리기 때문에 전 분기 대비로 보면 실적 개선 폭이 과장된다”고 설명한다. 같은 이유로 순이익보다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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