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술적’인 술병이 인기가 높다면 초창기에는 ‘기능성’이 돋보이는 게 최고였다. 식기를 사용하다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술병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신라시대 묘지에서 발견한 술병을 보면 흙으로 만들어진 항아리 수준이었다. 꼭 술이 아니라 과일을 담아 둘 수도 있었다.
술병의 모양과 재질은 동양과 서양에 따라 크게 달랐다. 생활 습관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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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주로 배가 불룩한 항아리 모양의 술병을 즐겨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술을 담글 때 항아리처럼 생긴 큰 독을 사용한다.
손잡이와 뚜껑이 있는 주전자 모양의 도자기 술병도 동양에서는 즐겨 사용된다. 청주나 탁주 등 동양에서 주로 마시는 술은 쌀을 주원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쌀로 만든 술은 살짝 데워서 먹을 때 더욱 맛이 난다. 자연스레 주전자형 술병이 발달하게 됐다.
반면 서양에서는 맥주, 와인 등 증류주를 자주 마신다. 증류주는 오랜 기간 술을 발효 및 숙성시키는 게 필수. 이때 서양인들은 소나무로 만든 대형 술통을 사용했다.
서양 술병의 모양은 대부분 주둥이가 길고 단순하게 돼 있다. 맥주와 위스키 등 서양의 술은 대부분 보리를 주원료로 만들어진다. 보리로 만든 술은 차게 해서 마시는 관습이 있어, 따로 술을 데워 먹지는 않았다.
초창기 흙으로 만들어졌던 술병은 청동기 및 금속재료를 거쳐 유리병이 일반화되었다. 더 이상 술병 용기를 발전시키기 힘들어지자 술 제조회사들은 각종 기념용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역사적 의미를 기념하기도 하고, 술병 수집가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영국 여왕의 즉위에 맞춰 개발한 ‘로열 살루트’나 귀족적인 품위가 돋보이는 ‘나폴레옹’ 등이 좋은 예.
술을 즐기지 않는 여성들도 최근에는 위스키나 맥주병을 장식용으로 수집하는 일이 흔해졌다. 이에 맞춰 술 제조업계에서는 다양한 소형 모형을 생산해 냈다. 모양도 다양하다. 유명 술병 모양뿐 아니라 집, 바이올린, 종, 자동차, 사람 등 온갖 장식물을 본떠 그 안에 술을 담았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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