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가 맥주시장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주력 상품인 ‘OB라거’를 대체하는 신제품을 8년 만에 선보였기 때문.
이에 따라 1996년 이후 ‘하이트맥주’가 선두를 달려온 국내 맥주시장 판도에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OB’의 화려한 부활〓OB맥주는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맥주 신제품 ‘OB’ 발표회’를 갖고 이달 2일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대신 95년 이후 주력 제품이었던 ‘OB라거’는 생산을 중단했다.
신제품 ‘OB’는 1930년대 국산 첫 맥주 브랜드로 탄생한 ‘OB’와 이름은 같지만 맛이나 향취는 전혀 다르다. 벨기에 인터브루사(社)의 첨단 양조 기법을 적용한데다 쌀을 첨가했기 때문.
OB맥주 성기백 부회장은 “발효 기간은 줄이면서 발효도는 높여 불필요한 쓴맛을 제거함으로써 뒷맛이 깔끔한 점이 특징”이라며 “호프와 맥아 외에도 국산 쌀 3.56g(500mL기준)을 배합, 목에서 넘어가는 부드러운 느낌이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출고가 기준 500mL 한 병이 1015원, 355mL 캔 1098원으로 하이트맥주와 같다.
OB맥주측은 신제품 시판을 계기로 90년대 후반부터 중단했던 광고 판촉도 본격 재개할 방침이다.
OB맥주 노상규 마케팅 담당 상무는 “신제품 ‘OB’의 판매 촉진을 위해 올 한 해 5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며 “시판 첫날인 이달 2일 주류 도매상으로부터 20만 상자를 주문받는 등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OB맥주는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순수저온 발효공법으로 만든 프리미엄 생맥주 ‘카프리 생’도 선보였다. 프리미엄맥주인 ‘카프리’를 기초로 생산한 이 제품은 ‘부드럽고 세련된 맛’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워 20대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생맥주 바와 호프를 위주로 집중 공급하고 있다.
OB측은 이 제품 판매를 계기로 현재 59%인 생맥주 점유율을 62%까지 밀어붙인다는 계획이다.
▽만만찮은 하이트의 반격〓OB가 신제품을 내놓음에 따라 기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하이트맥주에 비상이 걸렸다.
하이트측은 과거 ‘부동의 1위 업체’였던 OB가 야심적으로 내놓은 신제품인 만큼 광고 컨셉트와 제품 특성에 대한 정보 수집에 들어갔다.
하이트측은 “하이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OB 신제품이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OB가 과거 ‘부동의 1위 맥주업체’였던 만큼 그 관록에 대해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하이트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숫한 350억원을 영업과 마케팅 비용으로 편성, 시장상황에 따라 집행할 예정이다. 또 대학생을 겨냥한 MT지원, 골프대회 등 기존 프로모션 외에 고향의 꿈 캠페인, 아마축구대회 후원 등 판촉행사를 강화하고 있다.
▽맥주시장 쟁탈전 역사〓국내 맥주시장은 95년까지는 OB맥주가 주도했다. 한때 최고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를 정도 였다.
그러나 94년 조선맥주(하이트맥주 전신)가 ‘크라운’ 브랜드를 버리고 ‘하이트’를 내놓으면서 점유율이 급격히 떨어져 96년에는 하이트에 업계 1위 자리를 내주었다.
이후 OB맥주는 ‘아이스’, ‘넥스’, ‘OB라거’ 같은 브랜드로 하이트에 맞섰지만 1위 탈환에는 실패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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