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요구르트, 두유 등 ‘유(乳) 3형제’ 시장에 기능성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건강이라는 큰 흐름에서 ‘뼈’, ‘두뇌’, ‘피부’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 어떤 제품들은 ‘식품인지 약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기능을 자랑할 정도다. 이런 바람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2,3년간 이들 시장에 불고 있는 기능성 바람은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그냥 우유는 싫어요=일반 우유의 급격한 소비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능성 우유는 매년 전년대비 1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유업체들의 시장 각축전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시장의 원조 제품은 서울우유의 ‘앙팡’과 남양유업의 ‘아인슈타인’. 남양유업은 90년대 중반 특수 사료를 먹인 젖소들로부터 천연으로 두뇌활성물질인 ‘DHA’가 든 우유인 아인슈타인을 개발했다. 이 시장이 커지자 업계 빅3 중 하나인 매일유업도 2000년에 ‘뼈로 가는 칼슘우유’를 히트시키면서 뒤늦게 공략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졌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초유(初乳)에만 있는 성분으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셀레늄’을 넣은 ‘앙팡 베이비’를 내놨다. 롯데 햄·우유도 국산 검은콩으로 성인병에 좋다는 일명 약 콩을 넣은 ‘검은콩이 들어있는 우유’를 선보였다.
15일 파스퇴르유업이 첫선을 보이는 ‘Happy 700 평창 프리미엄 골드 우유’는 고급 우유를 타깃으로 삼았다. 강원 평창 지역의 해발 700m 청정 농장에서 생산한 최고급 원유로 하루 1.8ℓ짜리 5000개 정도만 한정해 판매할 계획.
한편 기능성 우유 바람 속에 틈새 시장으로 과즙 우유가 유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나둘 시장에 나오고 있는 과즙 우유는 우유를 싫어하는 어린이와 여성고객에게 특히 인기다. 남양유업은 ‘우유속 진짜 과즙 듬뿍’, 매일유업은 ‘매일 맛있는 우유 속에 ○○○과즙’ 시리즈(바나나 등), 서울우유는 ‘싱싱한 딸기과즙 우유’ 등을 내놨다.
▽오장육부(五臟六腑)에 좋은 요구르트= 발효유는 본연의 ‘임무’인 유산균을 통한 대장(大腸) 활성화에서부터 위(胃) 보호, 면역기능 강화, 피부미용 등 다양한 갈래로 발전하고 있다.
이 시장의 1위 제품인 한국 야쿠르트의 ‘윌’은 요구르트에 위장의 각종 질병 원인을 완화해 주는 성분을 넣으면서 발매 당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시장의 문을 열었다. 이어 남양유업의 ‘위력’이나 매일유업의 ‘구트’ 등 위에 좋은 요구르트들이 속속 등장했다.
한발 더 나아가 롯데햄·우유는 식중독균은 물론 탄저균도 죽이는 항균물질을 함유한 요구르트 ‘루테리’를 개발해 면역기능 강화 요구르트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3월 말 빙그레는 한발 더 나아가 간(肝) 기능을 활성화하는 ‘닥터캡슐 비즈니스’를 내놨다. 알코올 분해효소의 생성을 돕는 성분인 ‘L-아스파라긴’과 혈당강하, 숙취해소에 좋은 실크파우더와 영지 등을 첨가한 주당을 위한 요구르트인 셈이다.
지난해 10월경부터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이른바 ‘뷰티 요구르트’가 나타났다. 서울우유는 최근 떠먹는 여성 전용 요구르트 ‘美's(미즈)’를 개발했다. 피부 유해균을 억제하고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비타민 A(레티놀), 비타민 C, 콜라겐 등이 듬뿍 들어간 제품으로 변비에 좋은 올리고당, 식이 섬유도 담겨있다.
약간 앞서 나온 한국야쿠르트의 떠먹는 요구르트 ‘실프’도 여성층을 타깃으로 했다. 지방이 전혀 없고 칼로리가 일반 제품의 절반에 불과한 다이어트 요구르트인 데다 녹차 성분과 철분, 식이 섬유, 포도종자 추출물 등을 함유하고 있다. 피부 미용은 물론 변비에도 좋다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파스퇴르유업도 알로에 성분을 함유한 고급 여성용 발효유 ‘클레오파트라’를 내놓고 있다.
▽춘추전국(春秋戰國)의 두유시장=식물성 건강 음료로 한창 뜨고 있는 두유 시장은 현재 20여개 업체들의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불과 4, 5년 전만 해도 이 시장은 그렇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0년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업체들이 이 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 이어 롯데칠성, 웅진식품 등도 제품을 내놓고 속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식품과 삼육두유 등 기존 두유시장의 ‘투톱 업체’도 색다른 두유로 수성(守城)에 나섰다.
접전이 치열한 분야는 어린이 두유시장. 올해 2500억원으로 추정되는 시장 규모에서 절반 이상이 어린이용이다. 정식품은 2001년 식이섬유와 올리고당 등을 넣은 ‘베지밀 쑥쑥 5’를 개발해 이 시장의 주력제품으로 삼고 있다. 이에 맞서 매일유업은 ‘우리 아이 첫 두유’로 , 남양유업은 ‘아기랑 콩이랑’으로 이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소화가 잘 되도록 처리한 제품들이다.
성인용 두유도 새로운 제품이 많이 나왔다. 롯데칠성은 지난해 하반기에 두유에 바나나 과즙 또는 커피를 넣은 ‘내 마음은 콩밭에’라는 제품을 내놨고 웅진식품도 ‘대두볼’을 넣어 씹히는 맛을 가미한 ‘우리두리콩’을 선보였다. 한미는 콩에 담긴 영양성분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만든 ‘콩豆’로 건강식을 찾는 층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 제품은 두유를 만들 때 통상 버리는 비지까지도 효소 처리해 담아냈다.
지난해 삼육두유가 ‘삼육 검은 참깨 두유’를 내놓으면서 불기 시작한 ‘검은 바람’은 정식품의 ‘베지밀 검은콩과 검은 참깨’, 매일유업의 ‘뼈로 가는 칼슘 두유 검은 깨’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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