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자금력이 문제"…삼성 편입 무려 3조 5000억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17분


국내 대기업 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가 현실적으로 다소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의 지분을 분석 제공하는 에퀴터블(www.equitables.co.kr)이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 일가가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주회사 안에 편입하려면 3조5000억원(4월 4일 기준) 이상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에퀴터블은 ‘지주회사 도입의 조건’이란 보고서에서 상장사가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되려면 최소 30%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하는데 이 회장과 삼성그룹 계열사 등 통제 가능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현재 22.36%라는 것. 따라서 8%의 지분을 장내에서 매입하려면 여기에 드는 자금이 3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전자 외에 SDI 전기 등 전자계열사만 해도 여러 회사가 있으므로 이들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는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에퀴터블 이성혁(李晟赫) 대표는 “삼성그룹은 내부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고려해 보았지만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장내에서 매입해야 하는 삼성전자 주식 대금만도 부담스러워 현실적으로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장내에서 매입해야 하는 현대차 주식 대금은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주회사 전환에 성공한 LG그룹은 지주회사 전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몇 년간 대주주 일가와 LG그룹 계열사 간에 수많은 거래가 불가피했다고 에퀴터블은 밝혔다.

에퀴터블 보고서는 따라서 “지주회사를 도입하고 싶은 것이 각 그룹의 솔직한 심정이지만 상당히 많은 자금이 필요하므로 지주회사는 모든 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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