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1단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저밀도지구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평가된 데다 대지 지분이 많아 분담금 없이도 넓은 아파트에 입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건축조합측에 따르면 이 아파트 13평형과 15평형의 대지 지분은 각각 22.31평과 26.89평. 대지지분이란 가구당 등기된 토지면적이다. 고덕주공1단지의 경우 아파트 평수의 1.7배에 이르는 가치를 갖는 셈이다.
대지 지분이 많다는 것은 조합원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새 아파트의 면적(무상지분)이 넓고 일반분양 물량 역시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합측은 현재 60%에 불과한 주공1단지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뺀 건물 연면적)을 200%로 높이면 무상지분이 15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조합 주장대로라면 13평형과 15평형은 추가로 돈을 내지 않고 33평형과 40평형 아파트에 각각 입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 이후 고덕주공1단지 아파트 시세는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두 평형 모두 최근 열흘 동안 호가 기준으로 4000만∼5000만원씩 올랐다. 13평형이 3억8500만원, 15평형이 4억8000만원에 이른다.
▽최고 시세차익 9044만원?=13평형 아파트를 현시세인 3억8500만원에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지구단위계획과 사업승인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내년 상반기부터 이주가 시작된다면 1년간 전세금(5000만원)을 뺀 실투자금액은 3억3500만원이다. 여기에서 생기는 1년간 금융비용(연리 5% 기준)은 1675만원.
내년 상반기에 철거에 들어가 2007년 상반기에 입주한다면 이주비 1억원을 뺀 2억8500만원에 대한 3년간 금융비용은 4275만원. 결국 4년간 부담할 금융비용은 모두 5950만원이다.
여기서 33평형에 입주할 때 돌려받는 분담금 환급금 694만원을 빼면 총투자금액은 4억3756만원(아파트 매입가+4년간 금융비용―환급금)이다.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입주 당시 13평형 아파트 시세를 4억9500만∼5억28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4년 뒤 거둘 수 있는 시세차익은 5744만∼9044만원인 셈이다.
▽지금 사면 오히려 손해?=반면 비관적 예측도 만만치 않다. 우선 조합측이 예상하는 입주시점이 너무 빠르다는 점. 조합측은 고덕지구가 특별계획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지구단위계획이 7월 말 경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
서울시가 최근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부동산 경기에 부담을 느껴 지구단위계획과 사업승인을 늦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주변 단지와 단독주택지의 민원도 지구단위계획을 늦출 수 있는 요인이다.
만약 사업이 2년만 늦춰진다고 해도 금융비용은 9300만∼1억170만원으로 급증한다.
일반분양가(평당 1400만원)와 무상지분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단위계획에서 층고제한을 받을 경우 각종 인센티브 용적률이 떨어지는 데다 일반분양 가구수가 줄어 무상지분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A건설 재건축팀 관계자는 “조합측 전망이 장밋빛 일색”이라며 “적정 수준의 무상지분은 130%, 일반분양가는 평당 1100만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변수를 고려하면 현 시세대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시세차익은커녕 6000만∼9300만원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세중코리아 한광호 실장은 “현재 고덕1단지 시세는 재건축사업 막바지인 사업승인 단계 수준으로 사업일정에 비해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면서 “장기보유자나 실수요자들이라면 당분간 호가가 조정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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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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