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03]英 할인점 테스코 '유통혁명'

  • 입력 2003년 4월 16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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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포터스바 지역의 테스코 매장에서 점원 캐럴 대니슨이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골라 손수레에 담고 있다. 손수레에 달린 사각형 모니터에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과 상품의 진열 위치 등이 나와 있다.  런던=박 용기자
영국 포터스바 지역의 테스코 매장에서 점원 캐럴 대니슨이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상품을 매장 진열대에서 골라 손수레에 담고 있다. 손수레에 달린 사각형 모니터에는 고객이 주문한 상품과 상품의 진열 위치 등이 나와 있다. 런던=박 용기자
“다른 업체의 할인 쿠폰을 가져와도 값을 깎아 줍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외곽 벡턴 지역의 24시간 할인점 테스코 엑스트라 매장. 3000여평 규모의 매장에 들어서자 경쟁업체의 할인쿠폰까지 받는다는 독특한 선전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영국 유통시장은 테스코, 세인즈베리, 아스다(미국 월마트가 인수), 세이프웨이 등 대형 유통업체 4곳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스코는 24시간 영업, 가격인하 경쟁을 선도하며 영국 1위 유통업체 세인즈베리를 따라잡았고, 경영위기에 처한 세이프웨이 인수에도 나서고 있다.

슈퍼마켓에서 출발한 테스코는 오후 7∼8시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 영국에서 24시간 할인점을 처음 시작했다. 또 95년부터 고객관계관리(CRM)를 위해 클럽카드를 만들고 세계 최대의 온라인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테스코의 강점은 고객을 배려하는 독특한 서비스에 있다. 매장에서 상품을 담는 손수레인 ‘트롤리(trolley)’는 모두 7종이나 된다. 장애인용부터 유아를 플라스틱 의자에 앉힐 수 있는 유아용 트롤리, 쌍둥이를 앉히는 트롤리, 아이들이 타는 장난감 자동차를 붙인 트롤리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 이안 허치슨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매장 출입문 대신 공기를 이용한 에어 커튼을 설치했다”며 “육류와 생선 진열대를 고객 요구대로 매장 가운데로 옮겨 육류와 생선 매출이 33%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런던 시내에서 테스코의 ‘여행자 보험’ 광고문을 붙인 빨간색 2층 버스를 쉽게 볼 수 있다. 테스코가 매장 계산대에서 예금, 대출, 신용카드, 보험 상품 등을 판매하는 소매금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 은행이 문을 닫는 오후 4시 이후를 노린 포석이다.

테스코의 또 다른 경쟁력은 다양한 자체 브랜드(PB)상품.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PB상품 매출이다. 최근에는 가격대별로 3가지 종류의 PB상품을 내놓고 유기농산물과 건강식품 PB개발에도 나섰다.

벡턴 매장에서 만난 손님 마틴 시어즈(45)는 “테스코 유기농 PB상품은 일반 유기농산품에 비해 20% 정도 저렴해 1주일에 2, 3번 물건을 산다”고 말했다.

테스코는 지역마다 차별화된 매장을 열고 있다. 런던 시내의 상업지역인 카나리 워프에는 300평 규모의 중형 슈퍼마켓인 테스코 메트로를 열었다.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하는 도심 근로자를 위해 오전 7시부터 문을 연다.

피터 브래셔 해외홍보 총괄임원은 “테스코는 영국은 물론 아시아와 동유럽 등에 진출해 20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점포 확장, 중앙 물류센터 구축, 가격 인하, 다양한 고객서비스 개발 등의 순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박용기자 parky@donga.com

▼리히회장 "한국 PB상품 적극 발굴" ▼

영국 테스코의 테리 리히 회장(사진)은 16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할인점 사업에 주력한 뒤 가까운 시일 내에 중소형 슈퍼마켓을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할인점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테스코가 중소형 슈퍼마켓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스코의 한국 중소형 슈퍼마켓 진출 시기는 홈플러스 매장이 58∼60개로 늘어나는 2005년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스코는 영국 내에서 한국의 할인점에 해당하는 ‘테스코 엑스트라’(62개), ‘테스코 슈퍼스토어’(441개), ‘테스코 메트로’(167개), ‘테스코 익스프레스’(109개) 등 4가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형 슈퍼마켓은 테스코 슈퍼스토어와 테스코 메트로 등이다.

테스코 슈퍼스토어는 500평 규모의 중형 슈퍼마켓으로 24시간 문을 연다. 테스코 메트로는 300평 규모로 도시 근로자를 겨냥해 도심에 문을 여는 소형 슈퍼마켓. 식사 대용 식품과 건강식품, 유기농산물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97년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리히 회장은 “중국 일본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며 “한국 내에서 자체 브랜드(PB)상품 개발을 강화할 것이며 이는 한국 제조업체가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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