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고정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전한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임대용 주택 증가 △경기 침체 △세제혜택 축소라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수요가 공급을 따라주지 못해 몇 달씩 주인을 찾지 못하는 집들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연간 월세이율(전세금 대비 월세 수익)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두 달 내놔도 안 팔려”=최근 주택임대사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월세를 찾는 사람이 없다는 것.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역삼공인 김정열 사장은 “테헤란로변에 있는 월세 주택도 일단 매물로 나오면 최소한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며 “그나마 각종 가전기기를 잘 갖추지 않으면 수요가 없다”고 귀띔했다.
▽넘치는 공급=월세 수요가 줄어든 이유는 은행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전세로 살거나 아예 집을 사버리겠다는 분위기 때문. 주택임대사업이 저금리로 촉발됐다면 이제는 저금리 자체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내부의 요인이 임대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주택임대사업자가 크게 늘었다. 작년 말 현재 전국의 주택임대사업자는 총 2만1419명. 2001년(1만6394명)보다 30.7%나 늘었다.
여기에 아파트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예전처럼 집이 없어 부득불 월세를 구해야 하는 수요가 줄고 있다.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새로 완공되는 아파트는 6만4800가구로 작년보다 35%나 많다. 임대사업을 겨냥해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도 6925가구나 쏟아진다. 또 2005년까지 서울 강남권 일대에 오피스텔 4만여 실이 새로 입주한다.
공급 증가와 경쟁 과열은 월세이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연간 12%(서울 기준)가 넘었던 월세이율은 올해는 10% 선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몇 달씩 집이 비어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이보다 더 낮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평가다.
▽줄어드는 세제혜택=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도 많이 줄었다.
임대사업용 주택에 대한 재산세 감면과 종합토지세 분리과세는 올해부터 폐지됐다.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종합소득세 감면제도도 없어졌다. 작년 1월 1일부터 주택임대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양도세 감면 혜택도 없다. 신축 분양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제도도 올해부터 서울과 5대 신도시, 과천시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눈높이 낮춰야=전문가들은 우선 기대 수익을 낮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대사업이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닌 만큼 눈높이를 낮추고 실현 가능한 수익구조를 짜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원 공인회계사는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이라고 해서 무조건 월세 100만원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주택 매입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감안한 자금 조달 계획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시설확보도 임대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 월세를 찾는 이들은 대부분 몸만 들어가 살면 되는 ‘빌트인’ 주택을 원하는 게 요즘 추세다. 따라서 조금 부담이 되더라도 수요자 취향을 고려한 생활편의시설을 넉넉히 확보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 물량 (단위:가구) | |||
2002년 | 2003년 | 2004년 | |
서울 | 47,822(4,136) | 64,800(6,925) | 40,532(9,261) |
경기 | 116,286(0) | 86,274(3,870) | 100,451(4,044) |
괄호안은 주상복합아파트. 자료:부동산114 |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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