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무엇이 달랐나=가장 큰 차이는 역시 반도체. 반도체가 주력 업종인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의 하락으로 수익률이 나빠졌다. 작년 말 6달러에서 올해 초 3달러선까지 떨어진 반도체 값은 공급 과잉으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분기 반도체 메모리 부문 매출은 1조7900억원으로 전기 2조37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에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던 작년 1·4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반도체 의존도를 낮출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휴대전화기는 저가 수출 등으로 판매량이 전 분기보다 14% 늘었지만 매출액은 3조400억원으로 5% 증가에 그쳤다.
반면 LG전자는 트롬 세탁기, 디오스 냉장고 등 프리미엄 가전제품 위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했다. 또 삼성전자가 유통업체와의 분쟁으로 한때 가전제품 공급을 중단한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시장점유율도 늘려나갔다.
LG전자의 1·4분기 가전부문의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1% 증가한 1조6478억원. LG필립스의 LCD TV 등 디지털TV 분야도 44% 성장했다. 휴대전화 사업의 매출액도 1조103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변동성이 큰 반도체 가격에 휘둘리는 삼성전자보다 반도체 분야가 없는 LG전자의 안정된 성장을 주목할 만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반기 라운드의 판세와 주가는?=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 반도체 D램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면 삼성전자가 다시 한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 분야의 설비 투자를 늘린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실적은 1·4분기에 바닥을 쳤고 부진한 영업실적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며 “반도체 가격과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18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장 초반의 약세를 극복하고 전날보다 4.30% 오른 31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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