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 기업 무궁화전자 설립 9년만에 첫 흑자

  • 입력 2003년 4월 20일 18시 43분


장애인 전용 근로시설인 ‘무궁화 전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휠체어에 앉아 전자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장애인 전용 근로시설인 ‘무궁화 전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휠체어에 앉아 전자제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제공= 삼성전자
18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원천동 무궁화전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공장 분위기는 다소 들떠 있었다. 오후에 열릴 축하파티 때문이었다.

청소기와 휴대전화 충전기 등을 생산하는 무궁화전자는 ‘장애우 기업’으로 유명하다. 전체 직원 140여명 가운데 110여명이 몸이 불편하다. 매년 장애인의 날(4월 20일)을 전후해 기념행사가 열리지만 이번엔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공장 가동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지난해 첫 흑자를 낸 것이다. 1억8000만원. 비록 액수는 크지 않아도 값진 성과였다. 매출액도 첫 해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공장 안쪽 벽에는 ‘자립 경영’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김동경 공장장은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자생력 있는 시민’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무궁화전자도 경쟁력을 갖춰 자립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무궁화전자의 자립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무궁화전자는 일반 공장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생산성을 불량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만회하고 있다. 송인호 차장은 “수출을 시작한 지 4년째지만 바이어로부터 제품 불량으로 클레임이 들어온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공장은 오전 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분주하게 돌아간다. 직원들이 몸이 불편하다는 점을 감안해 매시간 3분씩의 추가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빼면 하루 일과는 다른 공장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곳곳에 낯선 시설이 보인다. 장애인 표시가 있는 차량만 공장 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다. 공장과 복지관 건물은 문턱이 없고 휠체어를 타고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가 완만한 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내리막 끝에는 만일에 대비해 쿠션이 붙어있다.

이직률이 제로에 가깝지만 가끔 공장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재들이 직장을 떠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여전히 녹록치 않은지 3개월쯤 지나면 ‘복직할 수 없느냐’는 전화가 걸려온다.”(김기경 과장)

수원=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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