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정에서 SK글로벌과 SK해운이 ㈜아상을 변칙적으로 지원했고 또 이를 숨기기 위해 회사에 보관해야 하는 발행어음을 폐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상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어 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계열사간 변칙 자금거래=20일 금융계 및 회계업계에 따르면 SK글로벌은 합판 관련 회사인 ㈜아상이 78년 설립된 이후 작년까지 지급보증을 서줬다가 ㈜아상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이를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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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K글로벌은 지급보증 사실이 드러나면 신용도가 떨어질 것을 걱정해 SK해운을 동원했다. SK해운이 기업어음(CP) 4800억원을 발행, 이를 SK글로벌이 사주고 SK해운은 그 돈으로 ㈜아상의 채무를 갚은 것.
SK글로벌은 보증채무를 대신 갚으면서 ㈜아상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4800억원을 장부상 예금 형태로 기록했으나 회계법인은 “회수 가능성이 없다”며 모두 손실 처리했다.
이 돈은 바로 검찰이 밝혀낸 분식회계 1조5000억원 이외에 추가로 발견된 부실로, 이 때문에 SK글로벌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한편 SK해운은 CP발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어음을 폐기처분하고 사용처를 밝히지 않았다.
또 ㈜아상에 600억원을 빌려줬으나 90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하고 미수이자를 포함해 529억원을 손실 처리했다. 결국 SK글로벌 4800억원, SK해운 529억원이 ㈜아상에 이상한 형태로 흘러들어갔고 두 회사는 모두 특수 관계인 자금지원에 대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
▽㈜아상의 정체는 무엇인가=78년 ‘선경목재’란 이름으로 설립돼 86년 우림목재, 92년 ㈜아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목재 관련업체로 등록돼 있으며 99년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판정을 받은 후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아상의 김덕림(金德琳) 대표이사는 최 회장의 먼 인척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외에는 겉으로 드러난 내용이 별로 없다.
특이한 것은 이 회사가 84∼98년 15년간 회계감사에서 연속 ‘한정’ 의견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SK그룹은 ㈜아상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으나 SK해운은 99년 ㈜아상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450억∼55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보유 중인 서울 강남구 세곡동 토지 상당부분도 ㈜아상에서 사들였다.
㈜아상의 99년 말 단기차입금이 3550억원으로 자금압박이 심했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SK해운이 부동산 매입을 통해 자금을 대준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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