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말 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공단(캘퍼스·CalPERS) 회장직에서 퇴임한 크리스트 소장은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학자들이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한국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에 앞서 있다”면서도 “기관투자가들의 관심과 노력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캘퍼스의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는….
“2월 중순 현재 4억7500만달러로 일본(41억달러)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다. 외국 증권에 대한 투자는 모두 외부 운용기관에 위탁한다.”
―주식 투자 비중과 투자 수익률은….
“60% 남짓으로 미국 연기금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최근 3년간은 주가 하락으로 투자 수익률이 마이너스(―9.5∼―1.4%)였다. 최근 5년간의 수익률은 2.8%, 지난 24년간의 수익률은 8%로 미국 연기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3∼4년간의 단기 투자손실은 자산 운용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다.”
―캘퍼스는 주주행동주의로 유명한데….
“투자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한다. 지배구조가 안 좋은 대표 기업들은 ‘집중 감시 기업(Focus Companies)’으로 선정해 경영진에 별도의 요구 사항을 전달한다. 1987∼99년에 집중감시기업의 연간 주가 상승률은 시장 평균보다 4% 낮았지만 집중 감시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5년간 시장 평균보다 14% 높아졌다. 덕분에 캘퍼스는 연간 1억5000만달러의 투자수익을 더 얻었다.”
―지배구조 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인가.
“이상적인 기업 지배구조는 없다. 다만 더 좋거나 나쁜 지배구조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가이드라인을 말할 수 있다. 첫째, 사외이사들이 진정한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둘째, 이사회의 규모는 효율적인 논의와 토론이 가능하도록 가급적 작아야 한다.”
―외국계 투자회사의 SK㈜ M&A 위협을 어떻게 보는가.
“M&A는 ‘위협’이라기보다는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비즈니스다. 금융적으로 곤란한 회사가 우월한 기업에 넘어가는 것은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다. M&A 주체가 국내기업이 아니라 외국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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