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보다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 회복의 기미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월가에서 비관론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증권 수석경제학자는 22일 ‘몽상가(Dreamcatchers)’라는 보고서에서 “전쟁이 끝난 뒤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꿈은 실현되기 어려운 5가지 신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여전히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다는 것.
첫째,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 미국 경제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하지만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5480억달러로 GDP의 5.2%에 이르렀고 올해는 7%에 이를 전망이다. 경상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계속 세계의 성장 엔진이 되기는 쉽지 않다.
둘째, 설비투자 회복이 세계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화는 세 가지 점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우선 미국의 공장 가동률은 3월 72.9%로 지난 30년간의 평균(80.2%)보다 7.3%포인트나 낮다. 아직 과잉설비 상태라는 얘기다. 또 미국 역사상 설비투자는 경기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 대체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셋째, 미국 저축률이 회복돼 경제에 희소식이라는 점.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최근 4.0%로 2001년 10월(0.3%)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70년대 평균(9.0%)의 절반도 안 된다. 재정이 2000년 GDP의 2.3% 흑자에서 작년엔 2.3% 적자로 돌아서 정부 기업 가계를 합친 저축률은 1.3%에 불과하다.
넷째, 디플레이션 우려가 약화됐다는 기대감. 하지만 미국의 1·4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로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험은 남아있다.
다섯째, 유럽과 일본 경제가 성장해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유럽과 일본은 잘해야 1% 성장할 것이며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론의 5가지 신화▼
①미국경제 주도 세계경제 회복 어려움
②설비투자 증가, 경제회복 연결 난망
③미국 저축률 회복중이나 여전히 낮음
④디플레이션 압력 상존
⑤유럽 일본 아시아 경제 회복도 기대난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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