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치 모건스탠리 수석경제학자 "세계경제 회복은 꿈에 불과"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09분


미국-이라크전쟁이 일찍 끝나자 세계 경제와 증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보다는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 회복의 기미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월가에서 비관론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증권 수석경제학자는 22일 ‘몽상가(Dreamcatchers)’라는 보고서에서 “전쟁이 끝난 뒤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꿈은 실현되기 어려운 5가지 신화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면 여전히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다는 것.

첫째, 미국 주도로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 미국 경제는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분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하지만 미국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5480억달러로 GDP의 5.2%에 이르렀고 올해는 7%에 이를 전망이다. 경상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이 계속 세계의 성장 엔진이 되기는 쉽지 않다.

둘째, 설비투자 회복이 세계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신화는 세 가지 점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우선 미국의 공장 가동률은 3월 72.9%로 지난 30년간의 평균(80.2%)보다 7.3%포인트나 낮다. 아직 과잉설비 상태라는 얘기다. 또 미국 역사상 설비투자는 경기회복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정보기술(IT) 대체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셋째, 미국 저축률이 회복돼 경제에 희소식이라는 점.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최근 4.0%로 2001년 10월(0.3%)보다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70년대 평균(9.0%)의 절반도 안 된다. 재정이 2000년 GDP의 2.3% 흑자에서 작년엔 2.3% 적자로 돌아서 정부 기업 가계를 합친 저축률은 1.3%에 불과하다.

넷째, 디플레이션 우려가 약화됐다는 기대감. 하지만 미국의 1·4분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로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험은 남아있다.

다섯째, 유럽과 일본 경제가 성장해 세계 경제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 하지만 유럽과 일본은 잘해야 1% 성장할 것이며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세계경제 회복론의 5가지 신화▼

①미국경제 주도 세계경제 회복 어려움

②설비투자 증가, 경제회복 연결 난망

③미국 저축률 회복중이나 여전히 낮음

④디플레이션 압력 상존

⑤유럽 일본 아시아 경제 회복도 기대난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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