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해외법인도 본사처럼 자본잠식상태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09분


SK글로벌 임원이 법정에서 밝힌 분식회계 3조4000억원은 해외현지법인 부채가 아니라 자산이 부실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과거 밀어내기 수출정책으로 매출채권으로 기록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이라는 것.

해외현지법인도 SK글로벌 본사와 마찬가지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밝혀져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는 더 어려워졌다.

SK글로벌은 22일 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해외현지법인 자산은 장부가로 5조5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3조4000억원이 부실화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해외현지법인의 순자산가치는 2조1000억원으로 추정되며 차입금은 2조4000억원이어서 3000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단은 정밀실시기관인 삼일회계법인이 자산가치를 좀더 보수적으로 평가할 경우 부실화된 자산금액이 3조4000억원에서 4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SK글로벌은 전날 “분식회계 금액으로 알려진 3조4000억원은 해외현지법인 지급보증과 투자유가증권 평가손실”이라며 전혀 엉뚱한 설명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70년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에 따라 밀어내기 수출을 한 것을 지금까지 자산으로 기록해 놨다”며 “과거 ㈜대우처럼 매출채권의 상당 부분이 회수가 안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집단 소송제' 정상화 복병될 듯 ▼

SK글로벌 정상화에 ‘증권 집단소송제’가 복병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첫 번째 대상은 SK글로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식회계는 집단소송 요건에 해당된다.

앞으로 실사를 통해 정확한 부실 규모가 나와야겠지만 SK글로벌을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단이 출자전환이나 손실처리를 해야 하는 액수는 담보로 잡은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빼고도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채권단과 SK그룹측은 이를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 줄다리기하고 있다.

만일 소액주주들이 SK글로벌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면 지원금을 받는다 해도 손해배상에 써야 한다. 구체적인 배상액은 판결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3월10일 종가(6130원)에 주식을 사서 한 달 뒤인 4월10일(2520원)에 팔았다면 손해배상금액은 주당 3610원, 전체 주식 6500만주에 대한 손해배상 금액은 2366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종익 상무(경제정책팀장)는 “SK글로벌이 집단소송을 당하면 그대로 파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1∼2년간 실시를 유예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SK글로벌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

정부는 증권 집단소송제를 이르면 5, 6월경 법제화해 하반기부터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야당도 도입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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