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사정은 이렇다.
건교부는 화물차로 분류된 쌍용자동차의 픽업트럭 ‘무쏘스포츠’에 덮개를 씌우면 ‘불법 차종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덮개를 씌우면 레저용 차량(RV)으로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설명. 트럭으로 분류된 덕분에 레저용 차량 구입시 내는 특별소비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데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건교부가 “무쏘스포츠의 차 이름을 무쏘픽업으로 바꾸라”고 쌍용차에 요구하는 것도 같은 취지다.
반면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 21조와 도로교통법 35조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들은 화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덮개를 씌워야 한다. 결국 픽업트럭 덮개 논란은 과세형평과 화물의 적재 안전성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과세형평 문제는 픽업트럭을 이미 화물차로 분류한 상황에서 다시 제기하기 어렵다. 이미 물 건너간 얘기인 것이다.나아가 ‘덮개를 씌우면 레저용 차량으로 쓰이고, 덮개가 없으면 화물용으로 쓰인다’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RV로 사용하는 픽업트럭을 단속하는 것은 미비한 법적 근거와 단속 방법의 어려움 때문에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톱밥이 아닌 더 무거운 것을 실은 픽업트럭에서 적재물이 떨어져 뒤차가 큰 사고를 당한다면 건교부는 뭐라고 답할 것인가.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화물의 적재상태가 뒤차 안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속 100km에서는 도로 위에 굴러다니는 자갈 하나가 흉기로 돌변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덮개 없는 화물차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131건이 화물차에서 떨어진 화물 때문이고 이런 사고가 2001년보다 20% 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덮개 논란의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둬야 할지는 분명하다.
논란을 지켜보자니 ‘세금을 덜 냈으니 불편을 주겠다’는 놀부 심술 같아 보인다.
이게 정부가 할 일인가?
쌍용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에 대한 건교부의 역차별적 대응도 문제다.
건교부는 쌍용차엔 무리한 요구를 남발하면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질의한 ‘덮개 부착 불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한 달 넘게 답변을 미루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계속 발전하고 소비자들의 생각도 깊어지는데 정부는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은 기자만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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