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에 밀려 지방 시장이 위축되면서 서울의 도매시장 경기도 예전만 못하다. 서울 남대문, 동대문시장 상인들은 물건을 사러 오는 지방 상인들이 절반 정도 줄었다고 울상이다. 요즘 시장을 찾는 사람은 40대 이상 중년층과 외국인, 교포 등에 불과하다는 것.
재래시장의 위축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상인들 사이에서 경기 불황을 탓하기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재래시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혼수 전문상가로 유명한 서울 남대문시장 대도상가는 백화점과 서비스 경쟁에 나섰다.
1층 침구 도매점 일부 점포 종업원은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으로 고객을 맞고 있다. 예전에는 고객이 혼수용 침구를 구입하더라도 비닐 봉투에 덜렁 넣어줬지만 지금은 백화점처럼 고급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포장해주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도 해주고 주차장이 없는 불편은 무료 택배서비스로 보완하고 있었다. 백화점 세일 기간에는 값을 내리고 1년에 한차례씩 세일 행사를 마련하는 전문상가도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침구 전문점 사장은 “재래시장의 위축을 경기 불황 탓으로 돌리지만 백화점 할인점 등에 상권을 빼앗긴 탓이 가장 크다”며 “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시장에서 고객과 ‘악다구니’를 쓰고 싸우는 상인의 모습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건어물 도매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중부시장은 인터넷쇼핑몰을 열고 고객 서비스를 대폭 개선했다. 서울 우림시장은 할인점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쇼핑용 손수레를 장만하고 고객을 맞고 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재래시장이 서민 곁에 한발 더 다가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릴 날을 기대해본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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