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대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SK 계열사와 거리를 두라”고 주문해 SK㈜가 SK글로벌을 마음대로 지원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대해 SK측은 “소버린의 계열사 부당지원 중단 요구는 원칙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며 SK그룹과 특별히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풀이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소버린의 관심=소버린은 SK㈜의 최대주주가 된 후 ‘SK㈜는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원칙론만을 내세웠다. 그러나 28일에는 “SK㈜는 SK그룹 계열사들과 거리를 두고 이제 독자적인 길을 걸어야 할 때가 됐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소버린이 이날 발표한 성명의 제목은 ‘한국기업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소버린의 입장’이며 5개항으로 구성된 성명에서 4개항이 지배구조에 관한 사항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소버린의 관심을 알 수 있는 대목.
소버린은 성명에서 SK㈜의 주가가 장부가에도 못 미친 것은 나쁜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보고 있음을 밝혔다. 이 때문에 SK㈜가 핵심사업(정유)에만 몰두하지 않고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맡으며 계열사 지원의 부담을 안았다는 시각이다.
▽“SK스캔들에서 벗어나야 한다”=소버린이 이날 성명에서 쓴 표현이다.
현재 SK글로벌의 채권단은 SK글로벌을 살리기 위해서는 SK 계열사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특히 대주주인 SK㈜가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SK㈜가 어떤 형태로든 손해를 봐야 하는데 소버린은 그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소버린은 특히 ‘이전가격(transfer pricing)’까지 거론해 앞으로도 계열사와의 ‘지원성 거래’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명료히 했다.
소버린의 성명은 SK그룹의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SK글로벌의 편법지분거래 사건 후 분식회계가 추가로 밝혀졌고 이어 SK해운의 관계사 편법지원 및 회계부정도 나왔다. SK글로벌 해외 현지법인의 자산 5조5000억원 가운데 최대 4조원이 부실화된 사실도 드러났다. 소버린은 이 같은 파장이 SK㈜로 번질 것을 우려해 미리 연결고리를 잘라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소버린의 실체는=성명의 1개항은 소버린의 실체를 해명하는 데 할애됐다.
설명에 따르면 가치중심의 장기투자가인 소버린은 93년 이후 러시아의 가즈프롬(탄화수소 생산업체), 유니파이드 에너지 시스템(국영전기회사), NLMK(철강회사) 등 많은 상장기업에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 도입 △주주이익 향상을 위한 경영진과의 대화 △소액주주권 제고를 위한 감독당국과의 협력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주도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즈프롬은 지난해 시사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러시아판 엔론’으로 지목할 만큼 투명하지 못한 회사이며 나머지 회사도 기업지배구조가 우수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SK㈜에 대한 소버린 발표의 골자 |
●SK계열사들과 독자적인 길을 걸어라. -주주들은 SK스캔들로 더 이상 고통 받아서는 안 된다. -SK그룹 계열사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좋은 기업지배구조로 기업가치 제고 -모범적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세워라. -계열회사와의 거래에 관한 기업지배구조 장전 마련 -기업윤리 헌장 제정 -이사회 구성 개편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의 역할 -실질적인 감사위원회의 기능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소버린의 역할을 명확히 함. |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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