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동차보험 계약을 43억8000만원어치나 성사시켜 올해 LG화재의 보험판매왕 ‘골드마스터’ 자리에 오른 조주환(趙周煥·42)씨. 작년 소득이 5억7000만원이었다.
경기 김포시에서 자란 그는 고교 시절에만 해도 자신이 이렇게 보험영업으로 성공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가난한 데다 체격도 왜소하고 내성적이어서 친구도 없이 늘 혼자 지냈다. 때로는 다른 학생들의 심부름을 하기도 했다.
“성적만으로는 60명 가운데 20등 내외였는데 종합적으로 따지면 전교생 300명 중 280등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고교 동기생 가운데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조그마한 포도밭을 물려받아 젖소를 키우며 농사를 지었다. 그나마 우루과이라운드라는 복병을 만나 소 값이 폭락하자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1992년 자동차 영업을 하던 형의 권유로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낯선 사람과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던 그는 타고난 ‘영업맨’이었던 형을 쫓아다니며 자동차보험 영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몇 개월 뒤 형이 자동차 세일즈를 그만두자 본격적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거울을 보며 밝은 표정으로 보험상품을 설명하는 연습을 했고, 맨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며 선배들의 영업 노하우를 익히고 보험지식을 습득했다.
그는 차츰 사람 만나는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의 소신은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실패한 영업이다’라는 것. 최선을 다해 고객을 상대하면 고객은 스스로 찾아온다고 믿는다.
93년 여름 보험영업 2년차 때의 일. 한 고객이 강원도에서 불법 U턴을 하다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났다. 휴가차량으로 막힌 도로를 따라 김포에서 10시간 걸려 경찰서로 달려갔다.
뒷일을 수습한 뒤 고객을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고 나서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이 고객은 지금까지도 조씨를 통해서만 보험에 가입하며 그동안 30여명의 다른 고객을 소개해 줬다고 한다.
조씨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2년 연속 보험대상을 받았다. 96년부터 받은 부문 상(골드멤버)까지 계산하면 연 8년째 수상한 셈.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 의아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할 수 있다고 믿고 묵묵히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은 없습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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