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약간의 시차를 두고 똑같은 폭으로 요구불예금 금리를 낮춰 담합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1월 보통예금과 저축예금 등 요구불예금 금리를 내리자 다른 은행들도 잇달아 똑같은 폭으로 금리를 낮췄다. 또 이달 초 국민은행이 재차 요구불 금리를 낮춘 직후 다른 은행들은 이미 같은 폭으로 금리를 낮췄거나 내릴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1월 17일 보통예금 금리를 0.5%에서 0.25%로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이후 거의 모든 은행이 한 달여 사이에 같은 폭으로 금리를 인하했다. 저축예금과 기업자유예금도 거의 똑같은 비율로 인하했다.
3개월 후인 9일 국민은행이 또다시 보통예금 금리를 0.25%에서 0.1%로 0.15%포인트 내리자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동일한 비율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신한과 한미은행이 지난주 같은 폭으로 금리를 내린 데 이어 제일, 우리, 외환, 조흥은행도 다음달 중 금리 인하를 계획하고 있다.
시장지배력이 큰 국민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다른 시중은행들이 따라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은행들이 사전 교감을 통해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며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이병윤(李秉允) 연구위원은 “실세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기예금 금리와 달리 인건비 등 은행별 사정에 따라 결정되는 요구불예금이 똑같이 움직인다면 담합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은행들이 실제로 담합을 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이 1% 미만 금리여서 인하폭을 달리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과거처럼 금리를 담합하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업자간 담합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무진 경쟁촉진과 서기관은 “6월부터 ‘산업별 시장구조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은행산업의 법규나 제도적인 문제를 조사할 계획이지만 금리 담합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지, 안 할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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