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또는 사랑받고 싶은 이에게 줄 선물을 골라본 경험을, 그때의 설렘을 떠올려 보세요. 첫 월급으로 부모님의 속옷을 사는 직장 초년병의 떳떳한 얼굴에서, 아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인형을 품에 안고 가는 엄마의 종종걸음에서 선물의 소중한 의미는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선물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습니다. 아마도 힘 있는 사람에게 일방통행식으로 전달되는 고가(高價)의 선물이 많은 탓일 겁니다.
정성보다는 겉포장을 더 강조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느낌이 들 때도 있죠. 명절 등 이른바 ‘선물시즌’을 앞두고 유명 백화점의 포장 코너에는 물건을 한보따리씩 사 가지고 와 포장만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그렇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싼 곳에서 물건을 산 뒤 백화점에서 산 것인 양 포장하려는 거죠. 정작 선물을 풀어보면 작은 메모 하나 없는데도 포장을 위해 먼 길을 마다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년 지적되는 개탄스러운 현실이지만 수십만원, 수백만원짜리 선물이 오가도 정작 이런 선물을 받는 이들은 아주 적죠.
다행히 5월은 다른 시즌과는 다릅니다. 잘 보이기 위해, 대가를 바라는 속된 마음이 없이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념일이 몰려있습니다.
꼭 비싸고 희귀한 물건만이 선물이 아니라는 것을, 어떤 게 필요할까, 어떤 것을 좋아할까를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하게 하는 선물 본래의 의미가 살아나는 때입니다. 그래서 5월이 선물하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달인지 모릅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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