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업계 "몸집 불려야 산다"…외국자본 대거진출에 경영난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03분


일본계와 홍콩과 말레이시아 자본까지 국내 대금업(옛 사채업) 시장에 진출하는 가운데 국내 중소 대금업체가 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통해 살아남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과 카드사부터 시작된 연체율 상승이 상호저축은행(상호신용금고), 대금업체로 확산되면서 경영난을 겪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어 합병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대금업은 사채업을 양성화하면서 연간 이자를 66%까지만 받도록 법으로 정한 서민금융 분야다.

▽합병을 통해 살아남기〓올 들어 5억∼15억원가량의 대출잔액을 갖고 있는 중소 대금업체들이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광주에 본점을 둔 굿모닝컨설팅은 최근 머니마켓과 합병해 대출자산을 35억원으로 늘렸다. 삼한크레디트도 5개 회사를 합병하여 자산규모가 30억원으로 늘어났다. 마산에 본점을 두고 있는 세이프크레디트는 창원과 구미에 있던 두 개의 회사가 합병했다.

이처럼 소규모 대금업체들이 속속 비슷한 규모의 회사들과 합병에 나서는 것은 최소 대출잔액이 20억원 이상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을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이다.

또 중소 업체들은 대출잔액이 비슷한데다 합병 이후 각 지점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여 영업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 최관규 실장은 “대금업체들은 주로 상호저축은행에서 채권서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왔기 때문에 규모를 키워야만 자금차입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합병했는데도 경영난은 여전〓최근 들어 금융기관들의 연체율 급등의 여파로 연리 66%짜리 고리대출 영업을 해오던 대금업체들도 대출을 축소하고 있다.

대금업체들은 그동안 전주(錢主) 역할을 해오던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우려, 자금을 빌려주지 않아 자금조달마저 어려운 상태다.

국내 대금업시장에서 ‘빅3’로 통하는 A&O인터내셔널, 프로그레스, 해피레이디의 대출건수는 올 들어 불과 2개월 만에 최고 30% 가까이 감소했다. A&O인터내셔널의 대출건수는 1월 3920건, 2월 3378건, 3월 3307건으로 줄었다. 프로그레스의 대출건수도 1월 4390건에서 3월에는 3765건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주요 자금원인 저축은행들에 대금업체에 대출할 때는 담보채권 확보비율을 150%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가능하면 여신을 회수하라고 권고하면서 대금업체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최관규 실장은 “대금업체들이 대출을 축소하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연리 100%가 넘는 불법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등록대금업체의 상당수가 연체율 증가와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영업을 포기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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