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기업윤리학교’에서 만난 한 대기업 기획실 소속 윤리담당자의 말이었다.
전경련은 6월 말 ‘윤리경영 실천 결의대회’ 개최를 비롯해 기업들의 윤리경영 정도경영 실천을 확산하기 위한 작업을 올해 중점사업으로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윤리경영 정도경영을 적극 실천해 대내외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곧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경련의 움직임이 아니더라도 요즘 기업의 윤리담당자들을 만나면 윤리경영 실천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열기를 느낄 수 있다. 본보 경제부가 올해 초부터 국내 및 해외 취재를 통해 ‘신뢰경영’ 시리즈를 연재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다.
최근 윤리경영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은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에 대한 인식의 확산으로 볼 때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윤리경영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을 보면서 걱정하는 눈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나 시스템만 도입하면 저절로 윤리경영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기업윤리라는 ‘구호’를 통해 기업이미지만 높이면 되는 것으로 여기지는 않는지….
2001년 분식회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에너지회사 ‘엔론’에도 윤리강령과 실천지침, 윤리담당자가 있었다. 그러나 윤리시스템은 있으나 마나였고 정작 비(非)윤리적인 행동은 최고경영자층에서 일어났다. 미국에서는 사건 이후 기업의 회계감독과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시스템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제도가 다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윤리에 대한 임직원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조직에 체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미국 기업윤리 전문가 마이클 호프먼 벤틀리대 교수)
‘의식과 실천의 문제’인 것이다.
한 윤리경영 전문가는 “기업윤리에도 ‘필수’가 있고 ‘선택’이 있다”면서 “기업들이 이를 혼동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회계투명성, 공정거래, 주주중시 등 올바른 경영이야말로 ‘윤리경영의 기본’이라는 설명. 기본은 도외시한 채 기부금을 많이 내는 방식으로 기업이미지 관리만 하려 한다면 이는 또 다른 ‘기업 분식(粉飾)’이 된다는 것이 그의 우려였다.
신연수 경제부 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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