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시중자금 결국 강남 부동산에”

  • 입력 2003년 5월 6일 18시 47분


서울 4차 동시분양이 시작된 6일 강남구 국민은행 대치동지점은 도곡동 주공1차 아파트단지에 청약하려는 사람으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박영대기자
서울 4차 동시분양이 시작된 6일 강남구 국민은행 대치동지점은 도곡동 주공1차 아파트단지에 청약하려는 사람으로 하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박영대기자
비바람이 거셌던 6일.

아침 일찍부터 국민은행의 서울 강남구 대치동지점에는 평소보다 3∼4배 많은 인파로 접수창구 주변이 하루 종일 소란스러웠다. 대기 인원도 오전 한때 100명을 넘어섰고 오후 내내 50∼60명 수준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날 접수한 서울시 4차 동시분양 무주택 우선순위 청약자였다.

국민은행 대치동 지점 최용진(崔龍鎭) 차장은 “오전에만 400명이 몰려 평균 대기시간만 2시간이 넘었다”며 “적잖은 청약자를 인근 다른 지점으로 보내지만 마감 때까지 청약접수자는 1000명을 넘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상황은 개포동 등 강남구에 있는 대부분의 국민은행 지점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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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국세청 "떳다방 단속"

차형근(車炯根) 국민은행 청약사업팀 차장은 “이런 추세라면 2002년 10차 동시분양 때 기록했던 무주택 우선 청약 최고경쟁률 434 대 1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청약자가 이처럼 대거 몰려든 것은 강남구 도곡동 주공1차 아파트 때문. 이날 청약자의 70% 정도가 이 아파트를 신청했을 것으로 추정됐을 정도이다.

이 같은 인기는 오래 전부터 예고됐다. 지난달 29일 문을 연 이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는 매일 4000∼5000명의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정부도 가까스로 안정기미를 찾고 있는 주택시장에 또 다른 화약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국세청 직원 4명을 모델하우스에 파견해 ‘떴다방’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도 인기가 식지 않은 것은 서울에서도 노른자위로 꼽히는 도곡동에 위치한 데다 아파트단지가 무려 3002가구에 달하는 초대형이기 때문. 또 시공을 맡은 현대 LG 쌍용 등의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당첨만 되면 짭짤한 프리미엄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한 몫 했다. 문제는 이날 청약자 가운데 적잖은 수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라는 것. 게다가 모델하우스 주변에 몰려든 떴다방이 방문객을 대상으로 “공증제도를 이용하면 분양받고 1년이 넘지 않더라도 분양권을 전매할 수 있다. 당첨돼 연락만 하면 2000만원은 보장하겠다”며 공공연히 투기를 부추기는 모습도 눈에 띄어 정부의 단속 작업을 무색하게 했다.

주택업계의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300조∼4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을 회수하거나 강남을 대체할 만한 주택지를 만들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근본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증(對症)요법적인 정책만 남발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정책 불감증에 걸리게 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차라리 정부가 시간을 갖고 시장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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