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인하 움직임에 거세지는 반대여론

  • 입력 2003년 5월 9일 14시 56분


한국은행이 3%대 성장론 등 금리인하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한은 노조가 부동산투기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에 경제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한은 노조는 금리인하 외압시비와 관련하여 한은 집행부와 정부에 해명할 것을 요구,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박승(朴昇)한은 총재는 금리인하에 강력한 반대의사를 나타내다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비공식회의에 참석한 뒤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 외압시비를 불러왔다.

△한은의 금리인하 분위기 띄우기= 박승 총재는 지난달 30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4%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하반기 경제회복이 늦어질 경우 금리정책을 포함한 다각도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한은 관계자들은 올해 연간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4.1%에 못 미치는 3%대 후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사스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완전히 분석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0.3%포인트 정도의 국내총생산(GDP) 잠식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이 잘해야 3.8%라는 것.

한은은 또 9일 '이라크전 종전이후 세계경제 향방'보고서를 통해 사스 확산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아시아경제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특히 중국경제가 부진해질 경우 대중국 수출에 크게 의존해 온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성장이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아시아경제의 기관차인 중국의 경우 사스 확산으로 성장률이 작년(8%)은 물론 올 1·4분기(9.9%)에 비해 상당 폭 둔화돼 연간 6%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고 말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콜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주장인 셈이다.

△거세지는 금리인하 반대여론= 한국은행 노조는 9일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경제전문가 설문조사결과를 통해 전문가의 62%가 콜금리 인하효과가 없을 것으로 응답했다고 밝혔다.

대학교수, 경제연구소 직원, 국회의원, 언론사 경제부 기자 등 외부전문가 223명과 한은 직원 53명 등 모두 2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2.3%가 현시점에서 콜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콜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58.4%가 반대한 반면 찬성은 41%에 그쳤다.

한편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9일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금리인하 정책은 부동산투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금리결정은 금통위원들이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부동산투기는 근본적으로 행정수도이전, 신도시개발론 등 정부 정책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금리인하가 부동산투기를 부추긴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하 여부는 거시경제 기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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