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정책 잇따라 번복 오락가락…업계만 골탕

  • 입력 2003년 5월 12일 17시 48분


국내 자동차 정책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간 혼선이 잇따르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05년 경유승용차 판매 허용’‘경차 규격 확대’ 등과 같은 굵직굵직한 정책이 부처간 이해(利害) 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

이들 현안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기업별 명암이 갈리는 것은 물론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다.

▽부처간 엇갈리는 정책 결정=정부는 3월말 경제장관 정책회의에서 2005년부터 ‘유로3’(유럽의 현행 오염물질 배출 허용기준) 경유승용차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현행 국내 경유 승용차의 배기가스 허용기준이 워낙 까다로워 어떤 차도 이를 충족할 수 없자 배출 허용기준을 완화하기로 한 것.

그러나 환경부는 11일 이 같은 허용기준을 포함하지 않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해 경유 승용차 도입 논의를 원점으로 돌렸다. 환경부가 연내에 제정할 예정이었던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산업자원부 등과 협의에 진척이 없자 ‘협상용’으로 강경한 법규를 제시했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또 경유 승용차 도입의 전제조건이었던 ‘경유가격의 인상’이 정책결정과정에서 슬그머니 없어진 것도 환경부가 강경세로 돌아선 이유. 현재 경유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58% 수준에 불과한 만큼 2006년까지 85% 수준으로 끌어 올려 경유차 수요를 억제키로 했으나 이 조건이 유야무야됐다. 따라서 이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부의 주장이다.

정부는 경차의 규격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시행시기를 두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으나 대응이 늦었던 GM대우차의 반발을 의식, 시행시기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혼란스러운 자동차업계=정부의 정책이 헷갈리면서 자동차 업계의 개발과 투자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2005년 경유 승용차가 허용될 경우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었던 현대·기아차는 크게 실망한 표정. 이미 유로3형 경유엔진을 탑재한 베르나 아반떼XD 경유승용차를 수출하는 등 국내에선 유일하게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경유 승용차 엔진을 갖고 있기 때문.

‘유로3’ 차량의 판매를 준비해온 현대차 관계자는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하는 내수가 없어 과감한 투자가 어렵다”며 “경유차 개발이 늦어질수록 수출 경쟁력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GM대우차나 르노삼성차 등 후발업체들은 경유승용차 도입이 늦춰진 것을 환영하면서도 “정부 정책은 빨리 결정돼야 배출 허용 기준에 맞춘 엔진 개발 등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차 규격 확대를 둘러싼 후속차 모델 개발도 혼선을 빚고 있다.

확대된 경차 규격으로 개발된 1000cc형 ‘SA'를 국내에 시판하려던 기아차는 매우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경차 규격이 확대될 것으로 발표되면서 마티즈의 후속 모델인 800cc형 ‘M-200' 개발을 잠정 중단한 GM대우차는 “정부가 정확한 시행시기를 하루빨리 밝혀야 앞으로의 경차 개발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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