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스팸메일의 발송자로서는 발송비용이 매우 싸다. 현재 사이버공간에는 e메일 주소DB를 사고파는 암시장이 형성돼 있어 10만원을 주면 주소 4000만개와 e메일 발송기까지 받는다. 주소 1개당 비용은 0.0025원.
반면 얻는 편익(마케팅 효과)은 매우 크다. 4000만개를 보내 수신자의 1%만 열어봐도 40만명의 잠재고객과 접촉하는 셈. ‘무분별한 발송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다. 사이버 공간에서 ‘가장 장사가 되는’ 분야인 음란물은 특히 효과가 크다. 스팸메일의 대부분이 음란물인 이유도 그것이다.
반면 메일 수신자는 거의 편익을 누리지 못한다. 대신 자녀의 컴퓨터로 날아오는 음란메일 문제로 밤잠을 설치고, 스팸메일을 지우면서 멀쩡한 메일까지 삭제하는 등 피해가 엄청나다. 서버 관리자는 스팸메일로 인한 과부하, 스팸메일을 막기 위한 시스템 비용 등 막대한 망 유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인터넷 전문조사기관인 나라리서치는 지난해 국내 스팸메일 피해액을 2조6500억원(정신적 피해 제외)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편익은 발송업체가 누리지만, 비용은 수신자와 웹업체가 부담하는 ‘비용-편익의 불균형’ 때문에 원치 않는 메일이 대량 생산되는 것.▶그래픽 참조
또한 정상적인 수급균형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전 사회적 편익에 비해 비용부담이 매우 크다. 공해 같은 일종의 ‘외부 불경제’ 현상. 정의롭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첫째, 수신인의 피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스팸메일을 받지 않도록 장치해 노출 빈도를 줄이는 것으로, ‘건강한 인터넷’ 캠페인은 주로 이 방법을 안내 보급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둘째, 공해업체에 환경정화 비용을 매기듯 발송비용을 크게 증가시켜야 한다.
이런 사례로는 국내 최대의 웹메일 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작년 4월부터 시행하는 ‘온라인 우표제’를 들 수 있다. 1000통 이상 발송되는 상업 메일에 대해 1통에 10원씩 받는 것. 대신 메일 끝에 ‘정보성’이라는 꼬리표를 달아 많은 수신자가 클릭해 회신하면 우표 값을 돌려준다. 수신인에게 도움이 되는 메일 이외에는 발송업체가 비용을 부담하라는 것.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 우표제 도입 이후 다음의 e메일 계정을 쓰는 회원들에게는 스팸메일이 극적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한다.
셋째, 형사처벌이라는 비용을 매길 수도 있다. 이는 당국의 의지가 결연하고, 매우 엄하면서 집요한 조치가 뒤따라 발송자가 큰 위협을 느껴야만 효과가 있다.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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