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1분에도 수십대씩 부두로 들어가고 나오는 컨테이너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룰 시간이지만 화물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곳에 모여 있던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도 파업찬반 투표를 하기 위해 모두 부산대로 몰려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부두 내부도 수백대의 컨테이너 차량과 크레인 등이 뒤섞여 돌아가던 활기찬 모습은 간데없고 컨테이너만 수북이 쌓여 있어 마치 컨테이너의 ‘무덤’ 같았다.
▽신선대 부두 상황=신선대 부두의 하루 평균 컨테이너 처리량은 4800개에 이르지만 이날은 평소의 11% 수준인 550여개에 불과했다.
컨테이너 야적장의 수용능력은 3만2000개이지만 현재 2만6500여개가 쌓여 82.8%의 장치율을 보였다.
컨테이너가 2만7000개를 넘어서면 부두 운영이 힘들어지기 시작하고 3만개를 넘으면 아예 마비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부두 관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신선대 부두 임성택 운영팀장은 “지금 당장 파업을 풀어도 화물적체의 여파는 앞으로 보름간 지속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선사의 피해=이날 오전 9시 신선대 부두 2번 선석에 들어온 현대상선 소속 현대프리덤호(5500TEU급)는 450개의 컨테이너를 부두에서 싣고 13일 오전 7시 중국 가오슝항으로 떠나야 하지만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파업하기 전에 부두에 미리 가져다 놓았던 250개밖에 선적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사나 화주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하루 신선대 부두에 들어온 선박 6척이 선적해야 할 수출 컨테이너는 2400개에 이르지만 이 중 절반도 선적하지 못해 수출업체와 선사들은 넋을 놓고 있다.
신선대 부두에 입주해 있는 미국계 선사인 A사는 보통 때 하루 평균 15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고 있는데 11일에는 50개, 12일에는 150개의 수출물량을 선적하지 못했으며 13일부터는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A사의 임모 상무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선사는 막대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부산항을 떠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파업사태는 선사와 운송업계에서는 이미 예상해 왔지만 정부만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부두 상황=일반화물을 처리하는 3, 4부두는 컨테이너 장치율이 103%와 100%로 마비 상황에 이르렀고 감만 부두 87%, 신감만 부두 88.5% 등으로 부산항의 8개 부두가 모두 한계치에 이르거나 이미 넘어섰다.
부두측은 야적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쌓여 있는 컨테이너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여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13일이면 힘들어질 것으로 보여 관계자들은 한숨만 짓고 있다.
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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