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가스田 개발 가시화…韓-러 가스공사 MOU체결

  • 입력 2003년 5월 13일 17시 42분


그동안 지연돼온 러시아 동시베리아 지역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명규(金明圭)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12일 세계 최대의 가스회사인 러시아 국영가스공사(가스프롬) 알렉세이 밀러 사장과 협력협정서(MOU)를 체결했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국내 천연가스의 생산·수송·공급에 대한 조정권을 위임받고 있는 가스프롬은 그동안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으나 이번 MOU 체결을 계기로 적극적인 협조가 기대된다. 컨소시엄 사업자인 러시아 페트롤리엄(RP)의 헨리 그리피트 부사장도 “6월 말까지 이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미계 석유메이저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대주주(31.2%)로 있는 RP에 가스프롬은 참여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이 사업에 적극 개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관 노선도 몽골을 통과하지 않고 러-중 국경을 따라 만주지역을 거쳐 중국 하얼빈(哈爾濱)-선양(瀋陽)-베이징(北京)을 경유하는 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노선은 북한을 육로로 통과하는 안과 다롄(大連)을 거쳐 서해로 오는 노선을 놓고 검토 중이다.

그동안 이 사업이 시베리아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개발 잠재력 등 국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반대해온 가스프롬은 2월 밀러 사장이 방한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면담한 뒤 한국가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러시아 경제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가스프롬은 한국에 대한 가스 공급뿐 아니라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가 추진될 경우 지분 참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1995년부터 추진돼온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은 8억4000만t의 매장량이 확인된 동시베리아 코빅타 가스전을 러시아와 한국 중국이 개발한 후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극동지역과 중국 한국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예상 투자비는 가스전 개발 50억달러와 가스관 건설 70억 달러 등 총 120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2008년부터 연간 2000여만t을 생산해 한국으로 700여만t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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