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서울 강남 아파트값

  • 입력 2003년 5월 18일 17시 17분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한 주일새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국세청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발표한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Ⅲ’.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한 주일새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국세청이 국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발표한 서초구 서초동 ‘트라움하우스Ⅲ’. 동아일보 자료사진

‘서울 강남권 아파트는 부동산 대책의 무풍지대?’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일대 집값이 오히려 더 오르고 있다. 강남권 아파트 수요를 대체한다며 수도권 신도시 2곳을 발표했지만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는 최근 한 주 동안 2500만∼4000만원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권 전매 완전금지라는 초강력 대책은 오히려 조합원 분양권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으로 한동안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던 부동산 시장이 오히려 호황을 맞고 있다”면서 “강남권은 악재가 호재로 둔갑한 도깨비 시장”이라고 말했다.

▽40평대 조합원 분양권 10억 돌파=서울 4차 동시분양에서 사상 유례없는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강남구 도곡주공1차 43평형 조합원 분양권이 10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 9억5000만원에서 최근 1억원 가까이 뛴 셈.

이 아파트 30평형대 역시 6억5000만∼7억5000만원으로 4000만∼5000만원이 올랐다.

인근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투자문의는 이어지고 있으나 집주인들이 동시분양 당첨자가 발표되면 값이 더 뛸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매물을 거둬들였다”면서 “이달 말부터 본격 거래되기 시작하면 이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권 전매를 완전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체 분양권 시장의 70%에 이르는 조합원 분양권 거래는 제외돼 오히려 품귀 현상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아파트도 수직 상승=부동산시세 정보제공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4일 현재 강남권의 기존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전보다 1∼3% 가까이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송파구의 경우, 정부 대책 발표 이전인 7일 현재 주간변동률이 0.11%에 머물렀으나 한 주 만에 2.85% 올랐다. 강동구 역시 0.72%에서 2.07%로 오르는 등 강남 일대 아파트가 상승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아파트는 재건축이 예정됐거나 진행중인 아파트가 많다.

실제 송파구 잠실주공 아파트는 정부 발표 이전보다 2500만∼4000만원씩 가파르게 상승했다. 잠실 주공4단지 17평형이 3000만∼4000만원 올라 5억6000만∼5억7000만원, 2단지 13평형도 4억3000만원으로 한 주 전보다 2500만원이 올랐다.

J공인 최모 사장은 “추가분담금 문제로 홍역을 앓던 잠실 4단지가 10일 조합집행부 교체로 급물살을 타면서 시세상승이 전 단지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잠실 대부분의 단지가 작년 9·4 안정대책 이전 시세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최근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고 주춤하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31평형이 5억5000만∼5억6000만원, 34평형이 6억5000만∼6억6000만원으로 1주일 사이 2000만∼3000만원씩 올랐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팀장은 “강남구가 투기지역으로 묶여 양도소득세가 실거래로 과세되기 때문에 계속 보유하겠다는 심리가 강하다”면서 “매물을 내놓는 사람도 인상된 세금 부분을 매수자한테 전가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성(耐性) 생긴 투자자=아파트 가격이 이처럼 뛰어오르고 있는 데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불패(不敗)’라는 학습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정부는 온갖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지만 결과는 번번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

학군, 교통, 생활편익시설이 고르게 발전한 강남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7월부터 시행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재건축 재개발이 제한되고 용적률까지 축소돼 아파트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사업시행이 확실한 재건축 아파트로 돈이 몰리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집값과 주거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것”이라면서 “둘 중의 하나를 과감히 포기하지 않는 한 강남지역은 부동산 시장 불안의 진원지로 계속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