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나 투자의 귀재로서만이 아니라 미국 자본주의에 대해 바른말하기로 유명한 워런 버핏이 또 한마디했다. 부두(voodoo)란 미국 남부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마교(魔敎). 곧 ‘정부가 할일 없어 사기나 치고 있느냐’는 소리다.
지난 2년간 경제잡지 포브스가 뽑은 세계의 부호 중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 이어 2위에 오른 그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회장으로 350억달러의 자산가다. 버핏 회장을 화나게 한 것은 조지 W 부시 정부가 내년 대선을 위해 야심작으로 내놓고 있는 세금감면 방안. 그 가운데서도 배당세 폐지 부분이다.
버핏 회장은 20일자 워싱턴 포스트(그는 이 신문의 이사다)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자신과 회사 현관 안내원을 비교했다. 지금은 둘 다 소득에 대해 30%의 세금을 내고 있다. 두 사람 다 불평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원이 배당에 세금을 매기지 않게 한다면, 그 바람에 그동안 배당을 하지 않았던 버크셔 해서웨이가 10억달러를 배당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분을 31% 갖고 있는 자신은 3억1000만달러의 배당금을 받고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지만 안내원은 종전 그대로다. 말단 회사원은 소득의 30%를 세금으로 내고 억만장자인 자신은 세금으로 3%만 낸다는 것이다.
상원이 2004~2006년 배당세를 완전히 없앴다가 2007년 다시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한 데 대해 버핏 회장은 “기업들에 배당세가 없는 기간에 집중적으로 배당하도록 강요하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바로 부정회계의 대명사가 된 엔론과 같은 회계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버핏 회장은 “기왕 감세를 하려면 나한테 3억1000만달러를 주느니 급하게 돈이 필요한 31만가구에 1000달러씩 주는 것이 경제에는 더 자극이 될 것”이라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이지만 대선 정국을 겨냥한 부시 진영의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비난하는 대부호. 미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9일 미국 달러화의 폭락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지수별로 2% 이상 급락했던 뉴욕증시는 20일에도 약보합에 머물렀다. 테러 우려가 높아지고 캐나다의 광우병 소식까지 겹친 상황에서 장 막판 회복세가 돋보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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