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간척사업 논란 재연]"강행" vs "반대" 國政혼란

  • 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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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기 안양시 관양동 인덕원 사거리에서 새만금추진협의회 회원들이 새만금 개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안양=연합
20일 오전 경기 안양시 관양동 인덕원 사거리에서 새만금추진협의회 회원들이 새만금 개발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안양=연합
새만금간척사업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3월28일 전북 부안군에서 출발한 종교인 삼보일배(三步一拜·세 걸음마다 한 번 절하기) 수행단의 서울 입성을 앞두고 새만금간척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를 향해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종교계 환경시민단체 등과 사업 계속을 주장하는 전북 도민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 주무부서인 농림부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관련 부처들마저 대립 양상을 보여 사태의 복잡성을 더해주고 있다.

▽양측 홍보전=23일경 서울에 입성할 종교인 삼보일배단과 환경시민단체는 서울에서 대대적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 시민과 함께 25일 서울 여의도공원 집회에 이어 국회 앞 농성, 31일 서울시청 앞 행사를 잇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번에는 반드시 새만금간척사업 공사 중단 약속을 받아 낼 수 있도록 각계 단체가 연대해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22일 오후 전북도청 앞 광장에서 전북도와 도민 3000여명이 참석하는 ‘새만금 논쟁종식 도민 총궐기대회’가 개최되고 23일 오후에는 군산역 광장에서 1만2000여명이 참석하는 ‘새만금사업 성공적 추진 범도민 궐기대회’가 열린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간척사업에 반대하는 한명숙(韓明叔) 환경부 장관과 허성관(許成寬)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10일과 17일 삼보일배 수행단을 방문했고 잠시 시위에도 참가했다.

며칠 뒤인 19일 김영진(金泳鎭) 농림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만금간척사업은 중단 또는 재검토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관련 당사자 입장=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새만금간척사업과 관련해 “국무총리 주재로 다음달 신구상기획단을 만들어 여기서 모든 가능성을 열고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농림부와 환경부 등 정부 부처간 입장이 다르고 기획단의 논의 과제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해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맞서 기획단의 구성 자체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내년이면 물막이 공사가 완료되는 등 공사가 진척된 데다 수해 등으로 한해만 농사를 망쳐도 700만섬 이상의 쌀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우량농지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사업을 강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정부는 지난해 새만금간척지의 4.5배에 해당하는 13만ha의 농경지를 축소하고 매년 휴경보상제를 실시하고 있어 쌀 생산을 위해 사업을 강행한다는 주장은 이율배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전북도는 “사업 중단을 거론할 경우 어떠한 논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노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들이 사업을 공약했고 국민의 정부 시절 2년 동안 민관 공동조사단의 검토를 거친 만큼 새만금간척사업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새만금간척사업 경과=1987년 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인 민정당 노태우 (盧泰愚) 후보의 전북지역 선거공약으로 새만금간척사업이 급조됐다.

당시 호남 지지기반이 취약했던 정부와 여당은 사업효과와 경제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했고 91년 11월 첫 삽을 뜨게 됐다.

정부는 새만금간척지구를 ‘낙후 전북’을 일시에 벗어 날수 있는 ‘약속의 땅’으로 홍보했고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전북 도민들도 발전의 전환점으로 여겨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98년경부터 ‘제2의 시화호’가 거론되는 등 환경파괴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면서 99년 5월부터 2년 동안 사업이 일시 중단된 채 민관 공동조사단이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이어 2001년 5월 정부가 ‘친환경적 순차 개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사업이 계속돼 왔다.

올 들어 종교계와 환경단체 등은 새만금간척사업 문제를 참여정부의 환경정책을 가늠할 시금석으로 보고 새만금 환경 논란을 다시 점화시켰고 3월28일 시작된 삼보일배단의 활동이 사회적 이목을 끌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논쟁이 재연됐다.

새만금간척사업은 부안군과 군산시 사이의 바다를 33km 길이의 방조제로 막아 서울 여의도 면적의 140배가 되는 1억2000만평의 토지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현재까지 1조4000억원이 투입돼 방조제 공사만 73%(28.5km)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대안은 없나=양측의 주장이 맞선 가운데 제3의 대안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기독교사회선교협의회와 기독생명연대 등 전북지역 일부 기독교단체와 대학교수들은 “현 상태에서 방조제 공사를 일단 멈추고 남은 구간은 교량으로 연결해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해 갯벌을 살리고 당초 계획량의 15% 정도만을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하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명지대 김석철 교수는 “새만금지역에 환서해권 시대의 중심도시 기능을 갖춘 해상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일지
1987년 13대 대선 노태우 후보 공약으로 채택
1991년 11월간척사업 시작
1998년 7월갯벌 살리기 운동 등 사업 백지화 요구 분출
1999년 1월민관공동조사를 위해 사업 일시 중단
1999년 5월민관공동조사단 구성 및 활동 시작
2001년 5월정부 친환경적 순차적 개발로 결론 사업 계속
2003년 2월노무현 당선자 중단 없는 사업 추진 약속
2003년 3월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삼보일배 시작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3보1배' 순례단, 수행 55일째 286km 행진▼

21일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을 비롯한 200여명의 종교인과 일반 시민들이 삼보일배를 하며 경기 과천시 관문동을 지나고 있다.-이종승기자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기원하며 전북 부안군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 순례를 하고 있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기도수행단’의 행진이 21일로 출발 55일째를 맞았다.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문규현 신부(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이희운 목사(기독생명연대 사무처장), 김경일 교수(새만금 생명 살리는 원불교 사람들 대표) 등 종교인 4명이 이끄는 수행단 300여명은 이날 현재 경기 과천시까지 도달해 있으며 서울 입성을 이틀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반경 정부과천청사에서 2km 떨어진 지점에서 수경 스님이 그동안 누적된 피로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실려가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수행단은 남태령까지 가려던 계획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 천막을 치고 휴식을 취했다.

삼보일배의 의미는 인간의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자연과 생명이 파괴되고 있음을 반성하고 이를 큰 절로 참회한다는 것. 문 신부와 수경 스님이 처음에 이를 계획했으며 출발 직전 김 교수와 이 목사가 수행에 합류했다.

수행단은 3월28일 부안을 출발해 지금까지 전북의 김제 군산, 충남의 서천 홍성 보령 천안, 경기의 평택 오산 화성 수원 안양 과천을 지났으며 총거리는 286여km에 이른다. 종교인 4명은 하루 2000번 이상의 절을 하는 강행군을 계속한 데다 최근 높아진 기온 때문에 급격하게 체력이 소진된 상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하는 이들에게 지역의 종교 단체와 주민들이 나와 식사를 대접했으며 지역 시민들과 종교인들이 당일 일정으로 매일 150∼200명씩 삼보일배 행진에 참석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와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날도 시인 김지하, 영화배우 장미희, 국악인 김영동씨와 일부 국회의원이 찾아왔다. 21일 김영진 농림부 장관과 한명숙 환경부 장관이 찾아와 수행단의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행진 수행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지만 이들은 묵언(默言)으로 거절했다. 수행단은 23일 남태령, 25일 서울 여의도를 거쳐 31일 세종로 광화문에 도착할 계획이었으나 수경 스님의 입원으로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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