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3 부동산 대책 내용과 문제점]"집값 꼭 잡겠다"고강도 처방

  • 입력 2003년 5월 23일 06시 51분


정부가 23일 발표하는 ‘5·23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분양권 전매 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재건축아파트의 분양권이 유통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기 위해 민간 아파트에는 처음으로 ‘후(後)분양제’를 도입할 만큼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다만 이 같은 강도 높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인기가 높은 수도권의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근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근본적으로 저금리 등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갈 곳이 별로 없는 현실과 교육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동산 분야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완공 3개월 전 분양=본보가 22일 단독 입수한 정부 대책은 재건축아파트의 분양조건을 시공 진척도가 80% 이상일 경우로 제한했다. 이 정도면 골조와 외부 마감을 끝내고 내부 가구와 단지 조경만 남는 상태다. 따라서 완공을 3∼4개월 정도 앞두고서야 분양이 가능한 셈이다.

아파트 분양이 늦어지면 그만큼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익이 줄어든다. 분양이 지연되면 공사 기간에 발생하는 시공비 등을 모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재건축 투자수익률도 낮아지게 된다.

하지만 그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후분양제를 법적으로 강제하지는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재건축아파트 조합원들이 이번 대책을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 전매 금지=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건축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건축법의 적용을 받는다. 분양 방법 등을 건설회사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서는 300가구 이상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처럼 주택건설촉진법상 사업승인 대상으로 편입시킨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완공 시점인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칠 때까지는 분양권을 사고팔 수 없게 됐다.

정부가 이 같은 초강수를 둔 배경은 최근 일반 아파트에 부동산 관련 대책이 집중되면서 시중자금이 주상복합아파트에 몰려 투기장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이달 들어 서울에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100 대 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도 제한할 방침이어서 사실상 오피스텔을 제외한 모든 주거시설의 분양권 거래가 완공 때까지 금지된다.

▽주택대출 기간별 차별화=정부는 또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비중을 기간에 따라 차별화해 3년 미만일 경우 현행 60%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3년 이상이면 종전처럼 60%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주택 보유기간을 장기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총액의 50%를 의무적으로 주택신용보증기금에 출연토록 해 대출에 따른 은행 부담을 늘리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은행들이 추가부담을 지면 자연스럽게 대출금리가 오르게 돼 투기성 자금 대출수요가 억제될 것”이라며 “부동산 대출이 많은 은행들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 관련 보증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신용보증기금은 현재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로 발생하는 대위변제율에 따라 대출액의 0.1∼0.15%가량을 받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