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대책에서는 부동산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꼽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사실상 후(後)분양 대상으로 바꾸고 정부 규제의 ‘무풍지대(無風地帶)’였던 주상복합아파트에도 철퇴를 가할 만큼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 자연보전권역과 휴전선 접경지역 등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대전, 충남 아산 천안시, 충북 청주시 청원군 등 충청권 5곳이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하지만 주택공급 확충은 거의 감안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강남 재건축 15만가구 분양 차질=재건축아파트 분양 시기를 공사진척률 80% 이후 시점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7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된 이후부터 실시된다. 그 이전까지 사업승인을 받거나 사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한 단지는 지금처럼 착공과 동시에 일반분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이 초기단계에 있는 재건축 추진 단지가 지금부터 두 달 안에 사업승인 신청까지 마치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건설교통부는 설명했다.
현재 지은 지 15년 이상된 서울 강남권(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 아파트는 17만4000가구. 이 가운데 사업승인을 이미 받은 단지는 2만가구에 그친다. 따라서 15만4000가구가 이번 조치의 사정권(射程圈)에 들게 됐다.
▽주상복합 건립 줄어들 듯=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서는 300가구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와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 정부는 7월 주택건설촉진법(주촉법)시행령을 개정해 주상복합아파트를 일반 아파트 범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따라서 그 이후에 사업승인을 받는 주상복합아파트는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날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제한된다. 그간 주상복합아파트는 계약과 동시에 분양권을 팔 수 있어 수백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어 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시장이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욱이 주촉법을 적용받으면 주상복합아파트 안에 어린이 놀이터, 노인정 등 각종 부대 복리시설을 갖춰야 하고 아파트 층간 소음 기준도 맞춰야 해 공급 자체가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세저항’ 가능성=부동산 보유과세는 기초자치단체가 물건별, 필지별 단일세율에 의해 과세를 하고 광역자치단체(또는 국가)가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한 5만∼10만명에 대해 합산과세한 후 세금을 각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이원화 과세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보유과세 강화 방안은 6월 말까지 시안을 작성해 7월 공청회를 거친 뒤 연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 대책은 현재 30%대에 불과한 보유과세 과세표준(과표) 현실화율을 5년 안에 50%까지 높이겠다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만큼 부동산 보유에 따른 부담이 커진다.
하지만 22일 총리주재 관계장관 간담회에서도 지적됐듯 급격한 세금부담 증가는 지자체와 납세자들의 강한 조세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급대책은 없어=이번 대책의 최대 맹점은 공급대책이 없다는 것. 정부는 지금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공급 부족보다는 수요 과잉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요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건축아파트 분양을 제한하면 일시적인 공급 공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작년 이후 서울 동시분양에서 공급된 아파트 1만7744가구 가운데 재건축 단지 아파트는 73%인 1만2947가구였다. 공급 감소는 결국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부동산투자자문사인 져스트R 김우희 상무는 “이번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며 “시중자금을 흡수할 대체 투자처가 없는 한 부동산값은 일시적으로 안정된 뒤 다시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1주택 비과세 폐지' 논란▼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3일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 폐지의 필요성을 언급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김 부총리는 “‘1주택이라 하더라도 몇 억원이 되는 집이 있는데 한국만 계속해서 1가구 1주택 비과세를 고집하느냐’는 주장이 학계 등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 문제를 공론화해 여론수렴을 해가면서 양도세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 폐지의 필요성을 조심스럽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론한 것은 이 제도가 실거래가 과세와 세금을 통한 투기이익 환수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무주택자인 A씨가 1가구 2주택자인 B씨에게서 30평짜리 아파트를 5억원에 사는 경우를 보자.
B씨가 양도세를 줄일 목적으로 “이중계약서를 써 거래가격을 3억원으로 낮추자”고 제안할 때 A씨는 거절할 이유가 별로 없다. 나중에 아파트를 되팔 때 1가구 1주택 비과세에 해당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매입가격을 3억원으로 조작하면 A씨가 실제 매입가와 같은 5억원에 되팔더라도 2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돼 양도세를 내야 한다. 따라서 B씨가 이중계약서를 쓰자고 요구할 때 A씨는 거절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하지 않아도 모든 주택의 실거래가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또 엄청난 행정력을 동원해 전국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기준시가를 매기고 고시할 필요도 없다.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玄鎭權) 연구위원은 “주택 매매의 60%가량이 1가구 1주택자와 관련된 거래”라면서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이 남아있는 한 이중계약서가 없어지지 않고 따라서 실거래가 과세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 연구위원은 또 “아파트값이 크게 뛰는 현실을 감안할 때 통상 1년에 한번 정하는 기준시가를 통해 과세하면 투기이득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없애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도 부동산투기는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것.
그렇지만 정부가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 폐지를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센 ‘조세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 부총리도 “1가구 1주택 비과세는 오랫동안 당연한 권리인 것으로 인식돼 왔고 정치적으로도 풀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해 추진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조심스럽게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재경부의 한 당국자는 “설사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없애더라도 공제액을 대폭 늘려 1주택을 가진 서민층은 양도세를 전혀 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광암기자 iam@donga.com
▼국세청 현장단속 강화▼
국세청이 부동산 투기세력에 대해 ‘전면전(全面戰)’을 선포했다. 23일부터 전체 조사요원(6000명)의 절반가량인 3000명을 투기 세력의 ‘온상’인 부동산 중개업소에 직접 보내 집중적인 단속을 벌이고 상습 투기자 명단까지 공개하겠다는 것. 투기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내겠다는 고강도 압박인 셈이다.
▽입회조사 어떻게 하나=국세청은 23일 오후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서울, 경기, 충청지역 중개업소 600곳에 세무공무원을 파견했다. 이들은 업소별로 2인 또는 3인 1조로 나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기한 상주하면서 불법 거래 내용을 감시한다. 특히 기존 거래 내용과 장부, 메모지 등도 살펴볼 예정이어서 예전에 있었던 불법 거래 행위도 적발될 가능성이 높다.
박찬욱(朴贊旭) 국세청 조사1과장은 “조사요원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무기한 중개업소에 상주하면 부동산 매매를 의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불법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영업방해’를 해서 투기 공모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떴다방도 꼼짝 마’=국세청은 이달(25곳)과 다음달(84곳) 중 서울, 경기, 충청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현장 109곳에 조사요원 974명을 보내 ‘떴다방’의 불법행위를 단속키로 했다. 중점 단속 사항은 △청약통장 대량 매집과 매매 알선 △선착순 분양현장에서 인력 공급업체 직원 동원 △허위계약서 작성이나 미등기 전매 행위 조장 등이다.
특히 현장 사무실이나 분양업체로부터 받은 분양 자료를 분석해 가수요자로 판단되거나 ‘떴다방’을 통해 분양현장에서 분양권을 매매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금수표 번호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자금추적을 벌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면 곧바로 세무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서울, 경기 지역 투기혐의자도 세무조사한다=국세청은 충청권에 이어 수도권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나선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2월초∼올 3월말 사이에 이뤄진 아파트 분양권 명의변경자료 7만5464건을 정밀 분석, 불성실 신고자를 중심으로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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