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SK 자구안 수용 못해 워커힐호텔 매각 검토"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5분


SK글로벌의 채권단은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워커힐호텔 등 SK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되 SK그룹을 지배하는 데 필요한 SK C&C 지분매각은 일단 보류했다.

채권단은 또 SK그룹이 제시한 SK글로벌 경영정상화 방안이 너무 미흡하다고 보고 수정을 요구했다. 대신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SK텔레콤, SK C&C, SK생명, SK증권 등 계열사 지분과 보유 부동산을 매각(약 1조원 예상)하는 방안은 수용했다.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23일 SK그룹이 출자전환 규모를 채권단이 주장한 2조∼2조2000억원이 아닌 1조원으로 제시함에 따라 수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SK㈜에 국내매출채권 1조4000억∼1조5000억원은 출자전환하고 해외매출채권 6000억∼7000억원은 탕감할 것을 요구했으나 SK㈜는 자금난을 이유로 출자전환 4000억원, 부채탕감 6000억원을 제시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SK㈜의 출자전환 및 부채탕감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SK㈜가 출자전환으로 현금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SK텔레콤 지분(20%)을 담보로 1조원 이상을 대출해줄 방침”이라고 말했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은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주식은 SK텔레콤이 자사주 형태로 사가고 나머지 SK생명, 증권, 해운은 제3자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따라서 3개사는 주인이 바뀔 전망이다.

SK그룹은 또 SK글로벌의 연간 영업현금흐름을 현재의 18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늘려주고 구체적으로는 SK텔레콤의 두루넷 통신망(SK글로벌 소유) 이용비율을 현재의 3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채권단은 최태원 회장이 내놓은 워커힐호텔 지분 40%(320만5000주)를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주당 4만490원으로 계산하면 1300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최 회장은 SK C&C의 대주주로 이를 통해 SK그룹을 지배하고 있다”며 “SK C&C 지분 매각은 일단 보류하고 SK그룹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이날 “SK글로벌이 은행공동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SK주유소 285개(2143억원)를 SK㈜에 판 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법원에 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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