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장세란 통상 ‘증시 흐름을 주가지수 등락보다는 개별종목 주가의 등락을 통해 잘 파악할 수 있는 장세’를 말한다. 대체로 증시 주변 여건이 좋지 않아 지수를 좌우하는 대형주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해질 때 나타난다.
종목장세에서는 대형주를 떠난 매기(買氣)가 중소형주로 옮아 붙으면서 덩치 작은 종목들이 앞 다퉈 신고가(新高價)를 경신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팔짱을 끼고 있는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한바탕 바람을 일으킨다. 하지만 함정도 그만큼 깊다. 개인들이 ‘깡통’을 차고 우수수 나가떨어진다. 도깨비불 같은 매기 흐름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지금까지 종목장세는 주도 주체로 보면 개인 장세, 주도 종목 면으로는 중소형주 장세, 매기 흐름으로 봐서는 순환장세였다.
하지만 현재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종목장세는 사뭇 양상이 다르다.
우선 오르는 종목 수가 많지 않다.
하락종목 수 대비 상승종목 수 비율(ADR)은 종목장세가 본격화한 5월 중순을 기점으로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종목장세에서는 ADR가 110%를 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장세에선 투자자들의 ‘미인(美人)주’ 편식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풀이했다.
아무나 ‘뜨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종목장세의 특징이다.
과거의 종목장세는 막연한 성장성과 번드르르한 재료가 미인주 선정의 주된 기준이었다. 그 결과 새롬기술 씨엔씨엔터프라이즈 등 수많은 스타들은 거품 붕괴의 비운을 맞아야 했다. 심지어 ‘세력이 붙었더라’ ‘분식회계를 했다’라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번 종목장세의 스타들은 성격이 다르다. NHN 네오위즈 등 후발 인터넷 대표주는 지난해 3·4분기부터 실력을 인정 받으면서 6개월 이상 견실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농심 LG건설 LG화학 등 다른 미인주들도 소속 업종에서 가장 우량한 종목이다.
▽투자 포인트=지금까지 종목장세에선 ‘배트를 짧게 잡고 쳐라’ ‘될 것 같은 종목을 잘 찍어 미리 사둬라’는 권고가 쏟아졌다.
이번엔 다르다. ‘이런 장세에서는 가는 종목이 더 간다. 정석투자로 승부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개인이 띄워 놓고 뒤늦게 기관과 외국인이 손을 대기 시작한 종목도 수급 상황만 괜찮다면 추격매수를 고려할 만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최근 분기 실적 향상을 바탕으로 거래량이 늘면서 신고가를 뚫고 지속적으로 오르는 종목을 배트를 길게 잡고 노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학균 연구원은 “이동평균선이 정배열돼 있고 많은 애널리스트가 추천하는 종목들로 범위를 좁히고 투자 종목을 고르는 게 무난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