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법정관리 신청]재계3위 SK그룹 해체 '초읽기'

  • 입력 2003년 5월 28일 17시 49분


채권단과 SK그룹이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SK글로벌은 결국 청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과거와는 달리 채권단은 ‘SK그룹의 적극적인 회생지원이 없으면 SK글로벌을 살릴 이유가 없다’는 원칙론을 끝까지 내세웠다.

SK글로벌의 법정관리 신청은 대기업이 그룹 형태를 유지하면서 우량계열사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주주들이 적극 반대하면 기업 경영진이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
SK텔레콤4.53%
SK증권14.29%
SK생명71.72%
SK C&C10.5%
SK해운33.0%
워커힐9.68%

반면 SK그룹은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시한이 6월18일이고 규정상 한달을 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채권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이사회의 강경한 태도=SK글로벌의 정상화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은 28일 오전에 열린 SK㈜ 이사회 간담회였다. 전날까지 채권단과 SK그룹은 SK㈜ 국내 매출채권의 출자전환규모를 1조원으로 잠정 합의했고 SK㈜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SK㈜ 이사회는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중 국내 4500억원, 해외 4500억원 이상의 출자전환을 하면 SK㈜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채권단과 SK그룹의 잠정합의안을 거부한 것.

SK글로벌 최태원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계열사 지분
SK C&C44.5%
SK㈜0.11%
SK글로벌3.31%
SKC7.5%
SK케미칼6.84%
워커힐46.8%

이 같은 결정에는 최대주주로 부상한 소버린자산운용과 소액주주의 소송 위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꾸준하게 출자전환에 반대하며 SK㈜ 이사회가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 이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SK㈜ 이사진은 주주들의 강경 분위기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글로벌과 그룹의 미래는=SK그룹은 6월18일까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탈출구를 찾겠다는 생각이지만 SK㈜의 부실을 초래하면서까지 SK글로벌을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갖고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 빚을 갚게 된다.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SK글로벌의 총 부채는 9조7890억원, 청산가치는 3조8702억원으로 회수율은 39.5%이지만 청산비용을 감안하면 35%로 낮아진다.

SK글로벌이 청산된다면 59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위의 SK그룹은 사실상 해체의 길을 밟는다. SK글로벌과 최태원 회장이 갖고 있는 SK계열사 주식을 모두 팔고 나면 SK그룹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SK그룹이 해체되면 SK㈜나 그룹의 주력기업인 SK텔레콤 등 계열사는 대우의 계열사들처럼 ‘오너’ 없는 독립법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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