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달리 채권단은 ‘SK그룹의 적극적인 회생지원이 없으면 SK글로벌을 살릴 이유가 없다’는 원칙론을 끝까지 내세웠다.
SK글로벌의 법정관리 신청은 대기업이 그룹 형태를 유지하면서 우량계열사가 부실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주주들이 적극 반대하면 기업 경영진이 무리하게 밀어붙일 수 없다는 점도 확인됐다.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계열사 지분 | |
SK텔레콤 | 4.53% |
SK증권 | 14.29% |
SK생명 | 71.72% |
SK C&C | 10.5% |
SK해운 | 33.0% |
워커힐 | 9.68% |
반면 SK그룹은 “채권단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시한이 6월18일이고 규정상 한달을 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채권단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SK㈜ 이사회의 강경한 태도=SK글로벌의 정상화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은 28일 오전에 열린 SK㈜ 이사회 간담회였다. 전날까지 채권단과 SK그룹은 SK㈜ 국내 매출채권의 출자전환규모를 1조원으로 잠정 합의했고 SK㈜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SK㈜ 이사회는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중 국내 4500억원, 해외 4500억원 이상의 출자전환을 하면 SK㈜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상 채권단과 SK그룹의 잠정합의안을 거부한 것.
SK글로벌 최태원 회장이 담보로 내놓은 계열사 지분 | |
SK C&C | 44.5% |
SK㈜ | 0.11% |
SK글로벌 | 3.31% |
SKC | 7.5% |
SK케미칼 | 6.84% |
워커힐 | 46.8% |
이 같은 결정에는 최대주주로 부상한 소버린자산운용과 소액주주의 소송 위협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들은 꾸준하게 출자전환에 반대하며 SK㈜ 이사회가 이 안건을 통과시키면 이사회 구성원 개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왔다. SK㈜ 이사진은 주주들의 강경 분위기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글로벌과 그룹의 미래는=SK그룹은 6월18일까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탈출구를 찾겠다는 생각이지만 SK㈜의 부실을 초래하면서까지 SK글로벌을 지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갖고 있는 자산을 모두 팔아 빚을 갚게 된다. 삼일회계법인이 평가한 SK글로벌의 총 부채는 9조7890억원, 청산가치는 3조8702억원으로 회수율은 39.5%이지만 청산비용을 감안하면 35%로 낮아진다.
SK글로벌이 청산된다면 59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3위의 SK그룹은 사실상 해체의 길을 밟는다. SK글로벌과 최태원 회장이 갖고 있는 SK계열사 주식을 모두 팔고 나면 SK그룹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SK그룹이 해체되면 SK㈜나 그룹의 주력기업인 SK텔레콤 등 계열사는 대우의 계열사들처럼 ‘오너’ 없는 독립법인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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