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전(前) 고점 돌파의 유력한 촉매제로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는 부동자금보다는 외국인 자금을 먼저 꼽고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저 위험-고 수익의 투자성향을 갖고 있어 높은 위험 부담을 요구하는 주식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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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에 따르면 97년 이후 18차례의 부동산 안정대책을 분석한 결과 발표 1개월 뒤에 종합주가지수가 오른 경우는 8번으로 떨어진 횟수와 똑같았다. 3개월, 6개월 뒤의 주가흐름 역시 부동산 안정대책과 이렇다 할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지금 같은 목마른 장세에서 외국인의 적극적인 개입은 거의 예외 없이 기관과 개인의 동조 매수세를 이끌어냈다.
외국인은 올 들어 거래소시장에서 1조48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5월 들어서는 3155억원의 순매수로 조심스럽게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28일에도 전기 전자업종 주식을 중심으로 5월 들어 두 번째로 많은 12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IMM투자자문 김영호 이사는 “미국 주가의 오르내림에 따라 한국 주식을 사거나 파는 동조 매매 패턴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면서 “이는 외국인의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중립 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방향 전환 모색은 컨트리 리스크의 점진적인 해소와 관련이 깊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선 3월 이후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는 지칠 줄 모르는 ‘팔자’세로 일관했다. 북한 핵, SK글로벌, 카드사 부실 등 한국의 컨트리 리스크가 갑자기 표면화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외국인의 발길은 대만과 남미로 향했다. 특히 대만에서는 올 들어 31억76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북한 핵 등 한국 고유의 악재만 없었다면 주가, 시장의 크기, 종목의 다양성, 사스 충격 등 모든 면에서 한국 주식이 대만 주식보다 매력적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5월 들어 북핵 문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카드채 문제가 정부의 유동성 대책으로 급한 고비를 넘기면서 외국인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는 “당분간 외국인투자자들이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미국 증시의 판단을 한국 증시에 그대로 중계하는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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