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씨 용인땅 해명 의혹]李씨 떳떳하다면 왜 못나서나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4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회장’답지 못하다.”

노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사진)씨의 경기 용인시 땅 거래에 대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으나, 이씨는 뚜렷한 해명 없이 취재진을 피해 잠행(潛行)을 계속하고 있다.

이씨는 노 대통령이 국회에 진출한 1988년 이래 지난해 대선 때까지 후원회장을 맡아 노 대통령의 코드를 잘 읽는 대표적 인물.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도 “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각종 의혹에 대해 공개 해명했듯이 이씨도 떳떳하다면 당당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2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들렀다가 취재진의 질문 공세를 받고 “기자들이 내가 말한 대로 써주지 않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후 공개석상에 일절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기자들이 해명을 듣기 위해 이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면 이씨는 발신자번호를 보고 선별적으로 응답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9일에 이어 30일에도 한 언론사에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본보 취재진은 이씨를 만나기 위해 29일 오후 4시경 이씨의 자택인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K아파트를 방문했다. 이날 오후 2시경 이씨 부인이 전화통화에서 “남편은 오후 4시 반경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7시경까지 세 시간을 기다렸지만 이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철수했다가 오후 9시 반경 다시 이씨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집 안의 불도 모두 꺼져 있었다.

30일 오전 8시 반경 다시 이씨 집을 찾았지만, 이씨 부인은 “남편은 지금 집에 없다”고만 했다. “(기자의) 명함을 경비실에 맡겨 두라”는 부인의 말대로 했지만, 이날 밤늦게까지 이씨로부터 회신이 없었다.

이씨의 처신에 대해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의혹의 당사자인 이씨가 직접 나와 해명하는 것만이 또 다른 의혹을 만들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도 “솔직히 이씨의 해명은 내가 봐도 의심쩍은 것이 너무 많다. ‘아군’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느냐. 혹시 잘못한 게 있다면 솔직히 밝히고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정도(正道)이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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