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거품 걷히나…1분기 신용잔액 0.1%증가 그쳐

  • 입력 2003년 6월 4일 17시 42분


경기침체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금융기관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지자 가계 부문의 거품이 점차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4분기 중 가계신용 동향’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가계 신용(금융기관 빚+외상물품 구입) 잔액은 439조3393억원으로 작년 말의 439조598억원에 비해 2795억원(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증가폭은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며 2002년 4·4분기의 증가폭 14조7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가구당 빚은 2916만원으로 전 분기에 비해 1만원 증가에 머물러 3000만원대를 넘지 않았다. 은행의 전체 가계 대출 증가액도 5조6341억원으로 전분기의 11조1795억원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외상구입 잔액(판매신용)은 작년 말에 비해 5조3546억원(11.2%)이 줄어 사상 최대 폭의 감소를 보였다.

특히 신용카드회사의 판매신용은 4조6564억원 감소했고 자동차회사와 백화점 등 판매회사의 판매신용도 6326억원 감소했다.

이영복 한은 통화금융통계팀장은 “그동안 워낙 많이 늘어났던 가계 빚이 금융기관의 한도관리 강화 등으로 조정되고 있다”며 “가계 부문의 거품이 점차 걷히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 이건범 연구위원도 “그동안 과잉 팽창된 가계 부문의 빚이 연착륙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거품이 다소 걷히고 있지만 소득 대비 가계 빚은 국제 수준에 비춰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개인 순처분가능소득(NDI) 대비 가계 신용 잔액 비율은 131.7%로 미국(112.1%)이나 일본(136.4%)과 비슷하거나 높았다. 가계 신용 잔액 비율이 100%를 넘으면 소득에 비해 빚이 많다는 의미다.

경상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가계 신용 잔액 비율도 84.1%로 미국(83.9%)과 일본(81%)보다 높았다.

한은은 가계 부문의 거품이 걷히고 있지만 가계대출과 신용카드의 연체율이 증가하고 신용불량자 수도 늘어나는 등 경제 불안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은 가계대출 억제대책이 계속돼야 하며 주택저당채권 유동화시장을 활성화하고, 신용불량자의 추가 발생 예방을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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