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위칭 데이는 선물 옵션 개별종목옵션 등 세 가지 주식 관련 파생상품의 동시 만기일을 말한다. 이들 파생상품의 거래는 현물주식 매매와 맞물려 있을 때가 많아 만기일의 현물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세 마녀가 심술을 부리는 날’이란 뜻이다.
투자자들의 근심은 9일 현재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2000년 이후 최대치인 1조3000억원가량에 이른다는 데 있다. 매수차익거래란 미리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사놓았다가 선물 만기일 당일이나 그 직전에 선물을 도로 사고 현물을 되파는 식으로 거래를 정산, 앉은자리에서 이득을 챙기는 거래 방식으로 보통 선물거래의 5∼10%를 차지한다.
모든 차익거래자가 거래를 정산한다고 가정하면 지금부터 12일까지 1조3000억원어치의 상장주식이 거래소 시장에서 매물로 나오게 된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상황의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우증권 조진현 선임연구원은 “선물가격이 현물가격을 크게 밑돌아 현물 차익매물이 많이 나올 수 있었던 5월 중순 상황에서도 5000억원가량만 풀려나왔다”면서 “당시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현물을 처분하지 않은 8000억원가량은 이번 만기일에도 9월물로 롤오버(Roll Over·이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있었던 13번의 트리플 위칭 데이 가운데 만기일에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대량 청산된 사례는 9번이며 평균 청산 물량은 잔액의 50%가량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차익 매물이 쏟아진다고 해서 지수(KOSPI200)가 반드시 하락하지는 않는다. 2000년 이후 트리플 위칭 데이에 지수가 오른 것은 8번으로 떨어진 경우(5번)보다 많았다. 청산 물량이 많았지만 앞으로의 증시를 낙관하면서 이를 받아낸 매수세가 더욱 강했던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5월 28일 이후 8일 연속 1조2092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온 외국인의 현물 매수세가 이어진다면 만기일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5월 29일 이후 2만계약 이상의 누적순매수를 유지해 오고 있다. 앞으로 한국 증시가 더욱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종목 중 외국인이 최근에 팔고 있는 종목은 만기일까지 나올 수 있는 차익 매물을 소화하는 매수세가 약할 것이므로 가급적 손대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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